SBS 새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가 1화부터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프로그램 종영을 요구하는 항의 글이 빗발치고 있다.
22일 처음 방송된 ‘조선구마사’에서는 조선을 뒤덮은 생시(좀비)들과 싸우는 태종 이방원(감우성)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 과정에서 태종을 환시와 환청에 이끌려 백성들을 무자비하게 도륙하는 살인마로 묘사해 논란에 불을 붙였다. 역사를 배경으로 한 작가적 상상력이라고는 하지만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태종 이방원은 함주성에서 악령으로 인해 생시로 변한 백성들을 칼로 무찔렀다. 살아남은 백성들은 태종 앞에 나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전하”를 외쳤다. 이때 태종 이방원은 “방원아”라고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태조 이성계의 환청을 들었다. 환시 속 태조는 피가 묻은 손을 보이며 “네 동생 방석이의 피다”라고 말했다.
태종은 왕자의 난 때 죽인 막냇동생 이방석의 이름을 언급하며 자신을 비웃는 태조의 모습에 “아자젤(악령), 감히 아바마마를 능멸하다니. 내 반드시 죽여주마”라며 태조의 환시를 베었다. 하지만 그가 죽인 것은 무고한 백성이었다.
환영으로 인해 모든 백성을 죽인 태종은 “조선을 구하기 위해 생시들을 죽인 것이다”라며 뒤돌아 함주성을 떠났다.
왜곡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충녕대군(장동윤)이 통사 마르코(서동원)와 바티칸에서 파견된 구마 전문 신부 요한(달시 파켓)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장면에서는 중국의 과자 ‘월병’과 흡사한 음식이 나와 논란을 빚었다.
‘조선구마사’는 태종이 부엉이가 죽은 자의 망령이라 해 여러 차례 궁을 옮기고, 부엉이를 쫓아내는 해괴제를 지냈다는 ‘조선왕조실록’ 기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여기에 사실 부엉이가 상징하는 것은 생시이고 악령이었다는 상상을 더한 판타지 사극이다. 장르가 판타지인 만큼 드라마는 방송 전부터 역사 왜곡에 대한 우려가 컸다. 태종과 양녕대군, 충녕대군 등 실존 인물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선 초기는 불교를 탄압하는 억불정책의 시대였던 만큼 구마사제 등장 같은 설정이 억지스럽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선구마사’가 앞서 역사 왜곡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철인왕후’의 박계옥 작가 작품이라는 점 역시 논란거리였다.
이런 지적은 제작진도 의식한 부분이다. ‘조선구마사’는 방송 시작 부분에 “본 드라마의 인물, 사건, 구체적인 시기 등은 역사적 사실과 무관하며 창작에 의한 허구임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안내 자막을 붙였다.
하지만 이런 안내에도 불구하고 시청자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비판적이었다. 첫 화 방영 이후 ‘조선구마사’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항의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시청자들은 “방송 중지하세요” “동북공정 드라마다” “역사 왜곡 그만해라” 등 글을 올리며 방송 내용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송다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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