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혼으로 1차전 아쉬움 극복한 표승주 “제가 해내야 했어요”

입력 2021-03-23 10:00
리시브하는 표승주(오른쪽)의 모습. 한국배구연맹 제공

22일 여자프로배구 IBK기업은행과 흥국생명의 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 양 팀의 경기가 숨 막히는 접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을 무렵 기업은행 레프트 표승주(29)는 유독 힘들어보였다. 자주 얼굴을 찡그렸고, 걸음걸이가 불편해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표승주는 몸을 던지며 상대 공격을 받아냈고, 무거운 발을 떼며 끝까지 공격을 시도했다. 중요한 순간 공격이 가로막혔을 땐 누구보다도 아쉬워했다. 그가 이 경기를 얼마나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 지는 그 표정만 봐도 금세 알 수 있었다.

표승주는 이날 기업은행이 흥국생명에 3대 1(25-6 25-14 20-25 27-25)로 승리하며 플레이오프 승부의 균형을 맞춘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제 표현을 숨기는 걸 잘 못해서 (김)수지 언니가 그러지 말라고 조언해주기도 한다”며 “(공격) 처리를 해야 경기를 이길 수 있는데 잘 되지 않았고, 리시브도 초반엔 잘 버텼는데 3세트부터 흔들리며 수비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 너무 아쉬웠다”고 ‘찐 아쉬움’을 드러낸 이유를 설명했다.

사실 표승주는 1차전이 끝난 뒤 큰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흥국생명의 예고된 ‘목적타 서브’에 고전하며 리시브효율 18.19%에 그쳤을 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5득점(공격성공률 13.79%)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 표승주는 어떻게든 버티며 자신을 증명해야 했다.

표승주는 “스트레스를 이야기하자면 말로 표현할 수도 없었다. 일단 ‘내가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부담보단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려 했다”며 “‘어떻게 플레이오프에 올라왔는데 (1차전) 경기를 그렇게 했지’란 생각도 많이 했는데 오늘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단 생각으로 후회 없이 하고 나오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날도 표승주에게는 기업은행 선수 중 가장 많은 29개의 서브 폭탄이 쏟아졌다. 하지만 표승주는 1차전보다 리시브효율(24.14%)을 좀 더 높였다. 특히 기업은행이 흥국생명을 몰아붙인 2세트까지 표승주는 리시브에서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표승주는 “목적타에 대해 이제는 부담감이 많지 않다. 제가 (레프트이기에) 이겨내지 않으면 안 된다”며 “저희 팀 레프트 중 제일 나이도 많아 (김)주향 선수나 (육)서영 선수에게 부담을 조금 덜어주기 위해 제가 목적타 맞고 받아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공격하는 표승주(오른쪽)의 모습. 연합뉴스

이날 표승주는 공격에서도 제 몫을 다 했다. 안나 라자레바(31득점)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높은 16득점을 올렸다. 지난 12일 GS칼텍스와의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부상을 입었던 표승주이기에 이를 악 물고 공격을 시도하는 4세트의 모습은 ‘투혼’을 방불케 했다. 그는 “1차전 때 공격이 너무 안 됐고, 안나(라자레바) 혼자서는 힘든 부분이 많았기에 도움 줄 수 있는 부분을 어떻게 끌고 나갈지 생각하고 준비했다”며 “(부상 정도는) 상대편이 알면 안 되는데...버티면서 끝까지 잘 이겨내겠다”고 다짐했다.

이제 기업은행과 흥국생명의 승부는 마지막 3차전에서 결정된다. 24일 인천에서 열릴 3차전에서도 기업은행의 승리를 위해선 표승주가 잘 받고, 잘 때려줘야 한다. 표승주는 “어쩌면 마지막 경기가, 아니면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경기가 될 수도 있는데, 오래 (봄)배구를 하고 싶다”며 “좀 더 안정된 리시브로 공격 기회를 만들고 공이 올라왔을 땐 상대편 대비 상황을 미리 파악해 공격하겠다. 어렵게 온 만큼 챔피언결정전까지 갈 수 있게 준비 잘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화성=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