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남·해외공작 총괄하는 정찰총국과 연계”
“유령회사·가명 동원해 150만 달러 자금세탁 관여”
워싱턴 지검장대행 “문씨, 재판받을 것 기쁘게 생각”
미국 법무부는 말레이시아로부터 넘겨받은 북한인 문철명(55)씨가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연방 법정에 처음으로 출석했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는 문씨가 북한의 대남·해외 공작업무를 총괄 지휘하는 기구인 정찰총국과 연계된 사업가라고 설명했다. 미 법무부는 이어 문씨가 미국과 유엔의 대북 제재를 어기고 150만 달러(약 17억원)가 넘는 자금의 세탁에 관여했다고 강조했다.
미 법무부는 이날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사건은 북한 국적자로는 최초로 미국에 인도된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문씨를 인도받기 위해 거의 2년 동안 법적 절차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 워싱턴DC지검의 채닝 필립스 지검장대행은 “우리는 문씨가 인도되고, 기소장에 포함된 혐의와 관련해 재판을 받을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 법무부는 문씨가 자금 세탁과 관련해 6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문씨가 북한에 사치품을 공급하는 공작에도 관여됐다고 덧붙였다.
미 법무부는 문씨가 2019년 5월 2일 기소됐으며, 다른 나라에 구금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가 이름은 밝히지 않았으나 말레이시아를 지칭하는 것이다.
미 법무부는 특히 이날 공개된 기소장과 다른 재판 문서들을 인용해 문씨의 혐의를 자세히 설명했다.
문씨는 2013년 4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공범들과 함께 은밀하고 부정한 수법을 활용해 미국 금융시스템에 접근했다. 문씨가 미국 은행들을 속여 세탁한 자금은 150만 달러가 넘는다.
미 법무부는 또 문씨와 공범들이 대북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신들이 진행했던 공작의 적발을 막기 위해 엄청난 애를 썼다고 설명했다. 문씨 등은 유령회사들을 동원하고, 가명으로 등록된 은행계좌를 사용했으며, 국제 전산송금과 은행 거래문서에서 북한과 관련된 내용들을 삭제했다.
미 법무부는 문씨는 북한에 도움이 되는 은행거래라는 사실을 고의적으로 은폐하면서 외환을 결제하는 미국 은행들이 북한 기관에 이익이 되는 달러 거래를 처리했다고 강조했다.
미 법무부의 존 데머스 국가안보담당 차관보는 “문은 미국과 유엔이 부과한 대북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은행들을 속이고, 자금 세탁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면서 “우리는 제재 회피와 국가안보의 다른 위협들로부터 미국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의 법을 계속 폭넓게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법무부는 문씨에 대한 이번 수사가 미 연방수사국(FBI)의 미니애폴리스 지역 본부와 FBI의 방첩(防諜)국의 협력에 의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미 법무부는 미군 인도·태평양 사령부도 이번 수사에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씨의 재판이 북·미 관계에 돌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문씨의 미국 내 구금과 재판을 문제 삼아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과 문씨는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상황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