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22일(현지시간) 북한, 중국, 러시아 등 6개국 관리 10여명을 대상으로 새로운 인권 제재를 부과했다.
EU 27개국 회원국 정부를 대표하는 EU 이사회는 이날 북한, 중국, 러시아, 리비아, 에리트레아, 남수단 등 6개국의 개인 11명과 4개 단체에 대해 ‘심각한 인권 유린’을 이유로 들어 제재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북한에서는 정경택 국가보위상, 리영길 사회안정상 그리고 중앙검찰소가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EU는 이들이 억압적 안보 정책을 실시하고, 정치적 반대 세력을 탄압했다고 봤다. 또 북한에서 탈출한 이들을 처벌하고 수감자들을 비인간적으로 대우했다고 비판했다. 임의적 구금과 처형, 살인, 강제 노역,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등이 구체적 인권 침해 사례로 언급됐다.
중국에서는 신장 자치구의 이슬람 소수민족 위구르족 탄압에 책임이 있는 중국 관료 4명과 단체 1곳이 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EU가 인권 유린을 이유로 중국을 제재하는 것은 1989년 톈안먼 사태 당시 무기 금수 조치 이후 처음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러시아의 경우 체첸공화국 내 성소수자 및 정적들에 대한 고문·탄압 연루 인사들이 제재 명단에 포함됐다.
EU가 지난해 전 세계 인권 유린 사례들을 제재하기 위해 신설한 제도에 따라 이들에게는 EU 내 자산 동결, 입국 금지 등 조치가 적용된다.
EU는 이날 6개국 관련 제재와는 별개로 미얀마 군부 관료 11명에 대해서도 추가 제재를 부과했다. 군사 쿠데타 및 시위대 강경 진압 등을 이유로 이들에게도 자산 동결, 입국 금지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중국 역시 EU 측 인사 등에 대해 제재를 부과하며 즉각 맞대응했다. 중 외교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의 주권과 이익을 심각히 침해하고, 악의적인 거짓말과 허위정보를 퍼뜨린 유럽 측 인사 10명과 단체 4곳을 제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관련 인사와 그 가족들은 중국 본토 및 홍콩·마카오 입국이 금지된다.
중국 당국이 지속적으로 비판해온 독일인 학자 아드리안 젠츠를 비롯해 유럽의회 및 네덜란드·벨기에·리투아니아 의회 의원들과 EU이사회 정치안전위원회 등이 중국 측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중 외교부는 “더는 위선적인 이중 잣대를 쓰지 말고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더욱 단호한 반응을 내놓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