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선발고등학교야구대회(봄 고시엔)의 100년에 가까운 역사에서 처음으로 한국어 교가가 울려 퍼진다. 외국계 국제학교 사상 처음으로 봄 고시엔에 진출한 한국계 교토국제고가 24일 오전 11시40분 본 효고현 소재 한신 타이거스 홈구장 고시엔에서 센다이 시바타고와 첫 경기를 펼친다. 23일 같은 시간으로 편성됐던 경기가 하루 순연됐다.
교토국제고는 1947년 교토조선중으로 개교한 뒤 고등교육으로 영역을 확대해온 한국계 국제학교다. 현재 재학생 130여명의 작은 학교로, 그 구성원의 대부분은 재일교포와 일본 국적자다. 야구부는 1999년에 창설됐다. 창설 목적은 당시 운영난에 따른 재학생 수 감소를 우려해 학생 선수를 유치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교토국제고가 사상 처음으로 봄 고시엔 출전권을 따내면서 재일교포 사회의 환호성을 끌어내고 있다.
봄 고시엔은 일본고교야구연맹과 마이니치신문이 공동 주관해 매년 3~4월에 열리는 대회로, 8월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와 마찬가지로 일본 효고현 소재 한신 타이거스 홈구장 고시엔에서 개최된다. 1924년 원년 대회를 개최한 뒤 98년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대회는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과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취소되면서 올해 93회째를 맞이했다.
봄 고시엔 출전권을 경쟁하는 고교는 모두 4000여곳. 그중 32개교만이 본선으로 진출할 수 있다. 교토국제고의 봄 고시엔 출전은 ‘기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교토국제고의 교가는 한국어 가사를 쓰고 있다. 이 교가는 경기장에서 연주되면 생중계를 통해 일본 전역으로 송출된다. 다만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되는 교가의 도입부 일본어 자막은 동해(東海)가 아닌 ‘동쪽의 바다(東の海)’로 표기될 것이라고 일본 교도통신은 보도했다. 중계 영상은 마이니치방송에서 제작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