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이 앞서 있던 2세트 6-2 상황. 흥국생명의 레프트 김연경이 강력한 백어택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 공은 곧 정확한 위치선정으로 블로킹한 IBK기업은행 센터 김희진에 정통으로 막혔다. 코트 바닥에 엎어진 김연경은 한 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이날 경기 상황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IBK기업은행이 홈에서 흥국생명에 강력한 카운터펀치를 먹이며 ‘봄배구’ 희망을 한 경기 더 이어갔다. 아쉬운 모습을 보인 흥국생명은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위해 절치부심해야 하는 입장이다.
IBK기업은행은 22일 경기도 화성의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 2차전 경기에서 흥국생명에 3대 1(25-6 25-14 20-25 27-25) 승리를 거뒀다. IBK기업은행은 이날 승리로 플레이오프 전적을 1승 1패로 맞췄다.
1차전에서 흥국생명의 ‘목적타 서브’에 고전하며 리시브효율 18.19%, 5득점(공격성공률 13.79%)에 그쳤던 IBK기업은행 레프트 표승주가 살아난 경기였다. 이를 악 물고 나온 표승주는 이날 수비에 공헌했을 뿐 아니라 안나 라자레바(31득점)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높은 16득점(공격성공률 36.84%)을 올리며 승리에 기여했다.
벼랑 끝에 몰린 기업은행은 1세트부터 1차전(1대 3 패)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흥국생명 코트를 맹폭격했다. 리베로를 제외하고 투입된 모든 선수가 득점에 성공했고, 팀 공격성공률도 56.25%(흥국생명 9.38%)에 달했을 정도. ‘주포’ 라이트 안나 라자레바는 서브 에이스만 3개, 센터 김희진은 블로킹 득점만 4개를 기록하는 등 서브(5-0), 블로킹(5-0)에서 모두 흥국생명을 압도하며 세트를 승리로 쉽게 마무리 지었다.
IBK기업은행은 2세트에도 흥국생명에 승기를 내주지 않았다. 1차전 양 팀 최다 득점을 기록했던 김연경은 정확히 위치를 선정한 IBK기업은행 블로커들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또 IBK기업은행의 날카로운 서브에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흥국생명 선수들은 공격 기회를 잡아도 강력한 스파이크를 날릴 수 없었고, IBK기업은행보다 2.5배나 많은 범실을 기록했다(10-4). 2세트까지 경기 시간이 43분밖에 안 걸렸을 정도로 원 사이드한 경기가 펼쳐졌다.
흥국생명은 3세트에서 IBK기업은행을 맹추격했다. 김연경이 9득점으로 뒷심을 발휘했고, 브루나도 6득점으로 거들며 승부를 4세트까지 끌고 갔다. 하지만 이날 라자레바, 표승주에 김주향(13득점), 김희진(11득점)까지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홈 팬들 앞에서 마지막 힘까지 짜낸 IBK기업은행을 결국 넘어서지 못했다.
이날 두 팀의 1세트(25-6)는 프로배구 출범 이후 역대 플레이오프 최소 득점 세트이자 2005-2006시즌 한국도로공사와 흥국생명의 챔피언결정전 4차전 3세트(13분)에 이은 최단 시간 2위 세트로 기록됐다.
화성=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