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발생한 애틀랜타 총격 사건으로 한인 4명을 포함한 아시아계 8명이 세상을 떠나는 참극이 벌어진 뒤 피해자들의 삶을 돌아보는 추모 기사가 줄을 잇고 있다.
19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희생자들은 모두 평범한 여성이자 엄마로서 가족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었다.
미국으로 이민을 와 두 아들을 키운 싱글맘 현정 그랜트(51)는 네 명의 희생자 중 유일한 한국 국적자였다. 두 아들의 대학 등록금과 임대료 등을 감당해야 했던 그는 새벽부터 늦은 시간까지 스파에서 일했다.
그의 막내아들 에릭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엄마는 늘 우리가 엄마 걱정하기를 원하지 않았다”며 “한식당의 순두부, 엄마가 만든 김치찌개를 떠올리면 엄마 생각밖에 안 난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갔던 세 식구였다. 에릭은 “근데 지금은 우리 둘뿐”이라고 말했다. 에릭의 형 랜디 역시 “엄마는 우리를 위해 헌신했고 우리는 친구 같은 사이였다”고 회상했다.
현정 그랜트와 같은 스파에서 함께 일했던 김순자(69)씨와 박순정(74)씨도 이번 일로 세상을 떠났다.
여가시간에 라인댄스를 즐겼던 김씨는 198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 남매와 손주 3명을 뒀다. 그의 손녀 레지나 송은 “미국에서 남편, 아들, 딸을 부양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했던 할머니는 엄청난 용기를 가진 전사였다”고 말했다.
익명을 자처한 다른 가족은 “더 나은 교육과 더 나은 삶을 위해 한국에서 미국에 이민을 왔다”며 “사랑스러운 평범한 미국 가정이었고 그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고 전했다.
박씨는 뉴욕에서 살다가 최근 애틀랜타로 이사 왔다. 박씨의 남편 이광호씨는 데일리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일 때문에 스파로 향하던 중 스파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을 알았다고 밝혔다. 이씨는 스파 직원이 당시 보내온 문자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렇게 스파로 달려온 그는 쓰러져 있는 아내를 보고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박씨를 구할 수 없었다. 데일리비스트에 따르면 이씨는 눈물을 흘리며 “어느 날 느닷없이 보고 싶어서 전화한 적이 있는데 그 전화에 그렇게 행복해하던 아내가 계속 생각난다. ‘더 많이 말해줄걸’이라는 생각만 간절히 든다”고 말했다.
유영애씨는 주한미군인 남편 맥 피터슨을 만나 미국으로 건너왔다. 두 사람은 1982년 이혼했지만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차남 로버트는 애틀랜타 지역 언론(AJC)를 통해 “우리 엄마는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다”며 “그녀는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지역주민이었다”고 전했다.
장남 엘리엇에 따르면 유씨는 자신이 일자리가 없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에게 음식과 선물, 꽃을 주고 집세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약간의 현금을 주기도 한 친절한 사람이었다.
한편 이번 총격 사건으로 인종범죄에 대한 전 세계의 비판 여론이 계속되고 있다. SNS에서는 ‘#STOPASIANHATE’ 해시태그운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이주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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