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없인 못살아, 정말 못살아~ 백화점도 인터넷몰도

입력 2021-03-23 06:02
지난달 서울 영등포구에 문을 연 더현대 서울의 6층 식당가와 지하 1층 푸드코트는 가장 많이 붐비는 곳이 됐다. 연합뉴스

직장인 김주연(34)씨의 취미는 맛집 순례다. 유명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뿐 아니라 자신만의 맛집을 찾아내는 것도 즐긴다. 휴가 때에는 지방의 맛집 투어를 주제로 여행을 가기도 한다. 코로나19로 맛집 순례가 어려워지면서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맛집을 경험하고 있다. 김씨는 “유명한 맛집이 언제나 내 입맛에 꼭 맞는 것은 아니지만 인기 있는 식당의 맛을 체험한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라고 말했다.

‘맛집’은 어디에나 있다. 새로 문을 연 백화점에도 있고, 쇼핑몰에도 있고, 마트의 밀키트 판매 코너에도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도 있고, 스마트폰의 배달앱에도 있고, 편의점에도 있다. ‘맛집’이 다양하게 확장 가능한 콘텐츠가 되면서다. 23일 유통·식품업계에 따르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맛집을 활용한 마케팅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맛집을 가장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분야는 오프라인 유통업계다. 맛집은 소비자가 찾아오게 만드는 요소, 더 오래 머물도록 하는 매력적인 공간, 또다시 방문하게끔 이끄는 전략으로써 다뤄지고 있다. 새로 문을 여는 백화점, 마트, 쇼핑몰 등은 색다른 맛집 유치로 차별화를 꾀하고 공략 지점으로 삼는다.

SPC그룹이 들여온 미국 캘리포니아의 샌드위치 브랜드 ‘에그슬럿(Eggslut)’ 은 최근 가장 인기 있는 맛집 중 하나로 떠올랐다. 더현대 서울에 입점한 에그슬럿 여의도점 전경. SPC 제공

지난달 문을 연 뒤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도 맛집들로 입소문을 탔다. 더현대 서울에 방문하는 이유 중 하나로 맛집 방문을 꼽는 이들이 적잖다. 더현대 서울의 식당가와 푸드코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힙한 맛집을 모아놓은 곳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많은 이들이 맛집을 찾는 이유가 비단 ‘맛’ 때문 만은 아니다. 유행을 따르면서 만족감을 느끼기도 하고,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는 것을 즐기는 경우도 있다. 아예 콘텐츠로써 맛집을 누리기도 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맛집의 의미가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다”며 “더현대 서울이 곳곳에 배치한 카페들은 맛집이라는 개념을 넘어서 힐링에 가치를 둔 공간이다. 고객들이 편안하게 쉬면서 즐길 수 있는 곳인가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위메프가 새롭게 구성한 식품관 '맛슐랭' 이미지. 위메프 제공

이커머스 업계에서도 맛집 유치는 중요하게 다뤄진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집밥이 늘면서 ‘맛집’이라는 콘텐츠는 온라인 쇼핑몰까지 뻗어 나갔다. 어느 지방의 떡 맛집, 서울 작은 동네의 마카롱 맛집 등이 온라인 쇼핑몰로 진출했다.

마켓컬리에서만 파는 샐러드, SSG닷컴에서는 구할 수 있는 케이크와 같은 식으로 맛집을 유치환 온라인 식품관 또한 차별화 전략으로 쓰인다. 맛집 제품은 온라인에서도 빠르게 품절되면서 인기를 증명하곤 한다.

위메프는 전국 유명 맛집과 최신 트렌드를 담고 있는 식품 전용관 ‘맛슐랭’을 22일 오픈했다. 집에서도 간편하게 미식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맛집 제품과 화제가 되고 있는 식품 등으로 구성해나가는 공간이다.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식품에 대해 확신하지 못 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맛, 품질, 위생 등을 위메프 MD들이 직접 검증해서 판매한다는 콘셉트다.

김승태 위메프 맛슐랭팀장은 “맛슐랭은 철저하게 고객의 입장에서 가격·맛·품질·위생 등 모든 요소를 꼼꼼하게 확인한 후 맛있고 안전한 먹거리만 엄선해 선보일 것”이라며 “고객들이 온라인 판매 식품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인식을 바꿔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오뚜기 고기리 들기름 막국수. 오뚜기 제공

동종업계와 협업이 많지 않았던 식품업계조차도 맛집에 문을 열고 있다. 오뚜기는 경기도 용인시 맛집인 고기리막국수의 인기 메뉴 들기름막국수를 상품화했다. 오뚜기는 평일에도 길게 줄을 서도 많은 이들이 찾는 고기리막국수의 맛을 ‘오뚜기 고기리 들기름 막국수’로 구현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정성껏 음식을 만드는 고기리막국수의 음식에 대한 진실된 마음이 오뚜기의 철학과 맞닿아 있어서 흔치 않은 협업을 하게 됐다”며 “언제든 먹기 쉽고 누구나 조리하기 쉬운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지난해부터 고기리막국수와 머리를 맞댔다”고 말했다.

밀키트 제품에서는 식품업계와 맛집의 협업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마트 피코크의 ‘고수의 품격’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프레시지, 마이셰프, 쿡킷 등 대표적인 밀키트 업체들도 다양한 협업으로 맛집을 집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온라인에서의 입소문이 중요해진 시대에 ‘맛집’이라는 수식어는 마법의 단어로 작용하곤 한다”며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외식업계와의 컬래버레이션은 소비자의 눈길을 한 번에 사로잡을 수 있는 키워드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