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을 재심의한 대검찰청 부장회의를 놓고 “제식구 감싸기”라고 비판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당시 수사팀 검사가 사전 협의 없이 회의에 참석한 점, 참석자들이 사건 기록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못하고 내린 결론으로 보인다는 점, 회의 직후 언론 보도로 내용이 소개됐다는 점이다.
검찰은 박 장관이 이를 토대로 “또다시 절차적 정의가 의심받게 됐다”는 입장을 내자 “그대로 승복하지를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례 없이 고검장들까지 참여해 사건 결론을 다시 점검했고, 압도적인 불기소 의견이 있었음에도 의혹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는 안타까움도 제기됐다. 법무부와 검찰의 대립 국면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2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엄희준 창원지검 형사3부장은 지난 19일 대검 부장회의 참석자 중 한 명이 제안해 회의에 출석, 위증교사가 없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 출석은 사전에 협의되지 않아 공정성 문제가 있다는 것이 법무부의 설명이다.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은 “반대쪽 입장에서는 ‘제보자’도 불러야 하는 것이 아닌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당사자의 진술 청취는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반론이 나온다. 임은정 대검 감찰연구관이 충분히 발언한 만큼 엄 부장검사의 의견 표명도 가능했다는 해석도 있다.
이 국장은 “6000페이지의 방대한 기록을 짧은 시간 내에 다 봤는지, 아니면 보고서와 짧은 문답식 판단으로 파악했는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이에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나 감찰위원회 등 어떤 회의체에서도 전체 기록을 소화하지는 못한다”는 말이 나왔다. 박 장관은 국회에서 이번 사건 기록의 규모를 “3일 정도면 다 볼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수사지휘권 행사에 따른 대검 부장회의는 19일, 공소시효 완성은 22일이었다.
법무부는 대검 부장회의의 내용이 특정 언론에 보도된 점을 언급하며 “어느 정도 경위 파악은 돼 있다”고 했다. 사실상 고검장들까지 모두 조사한다는 선언에 검찰 내부에서는 “‘꼬투리 잡기’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왔다. 회의 결론이 불기소라는 내용은 지난 19일 자정 무렵부터 많은 언론이 보도했다. 이번 사건 처리 과정에서 형사입건 여부 등 보안이 요구되는 의사결정 과정이 관계자의 SNS로 공개된 전례도 있었다고 다수 검찰 관계자가 지적했다.
류혁 법무부 감찰관은 “미래지향적 감찰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에서는 “일명 ‘빨대 수사’ 관행은 10년 전의 일”이라는 항변도 나오지만, “잘못된 수사 관행이 있다면 고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박 장관이 직접 주문한 대검 부장회의의 결론을 ‘존중한다’고 하지 않고 ‘확인했다’고만 밝힌 데 대해서도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차장검사는 “결국 추미애 전 장관 때나 지금이나 ‘입맛에 맞지 않으면 감찰하겠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허경구 이경원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