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제식구 감싸기” 비판에 檢 “대검 걸고 넘어지기”

입력 2021-03-22 17:26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참석을 위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들어가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 관련 대검찰청 불기소 결정 과정에 대해 ‘제식구 감싸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어 과거 검찰 수사팀의 수사 및 최근 대검의 무혐의 결정, 대검 회의 내용의 언론유출에 대한 합동감찰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불기소 결정은 받아들이면서도 사실상 한 전 총리 사건 수사 문제점을 계속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라 검찰 내부 반발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박 장관은 22일 입장문을 내고 “대검의 수사지휘 이행 과정에서 절차적 정의가 의심받게 돼 크게 유감”이라며 “수사지휘권 행사 취지가 제대로 반영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무부와 대검 감찰부의 엄정한 합동감찰을 통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실효적 제도개선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은 이날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은 기자브리핑에서 “다시 수사지휘를 하지는 않는다. 사실상 대검 결정을 수용하는 것”이라면서도 “제도 개선은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지난 19일 열린 대검 부장‧고검장 회의에 절차적 문제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과거 수사팀 검사가 회의에 사전 협의 없이 참석해 진술을 한 것, 회의에 참석한 간부들이 사건기록을 전부 보지 않고 보고서와 문답에 의존해 결론을 내린 것 등에 아쉬움이 있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보고서에 의존해 내린 결론이라면 조직 내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검사에 대한 편견, 재소자라는 이유로 믿을 수 없다는 선입견, 제식구 감싸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대검 회의 종료 후 곧바로 특정 언론에 회의 내용이 보도된 것도 문제 삼았다. 박 장관은 “누군가 의도를 갖고 외부로 유출했다면 이는 국가 형사사법작용을 왜곡시키는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검찰국장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의 내용이 외부에 알려졌다고 하면 난리가 나지 않았겠느냐”고 덧붙였다.

법무부와 대검 감찰부는 과거 한 전 총리 사건 수사팀의 수사 방식부터 최근 대검 회의 내용이 유출된 것까지 종합해 합동 감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박 장관은 검찰이 재소자들을 같은 장소에 동시에 불러 증언 연습을 시켰다는 의문을 품기에 충분한 정황이 있었다고 밝혔다. 제도개선 방안이 마련되면 검찰의 재소자 조사 절차가 한층 더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있다. 이미 법무부는 지난해 9월 교정시설 수용자의 반복 소환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수사관행 개선 방안을 발표했었다.

법무부는 “감찰의 기본 방향은 질책이 아닌 미래지향적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감찰이 본격화되면 검찰 내부 반발이 다시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한 전 총리 사건을 뒤집으려다 실패하니 이젠 문제가 없었던 대검 부장회의까지 걸고 넘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구승은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