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 기성용의 성폭력 의혹을 폭로한 C씨와 D씨 측이 “협박과 회유 전화의 증거”라며 녹취록을 공개했다. 기성용 측에서 C씨와 D씨를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힌 뒤 나온 입장이다.
이들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현의 박지훈 변호사는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본 영상은 성폭행과 관련, 기성용 측의 지속적인 공개 요청에 응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라며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기성용의 축구부 후배로 추정되는 권모씨와 D씨가 지난달 24일 오후 1시32분쯤 통화한 내용이다. 이날 C씨와 D씨 측은 기성용의 성폭력 의혹을 처음 폭로했다.
박 변호사는 “최초 보도 자료를 공개하고 3시간여 만에 기성용 측으로부터 협박과 회유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며 “기사 오보에 대해 집요하게 강요해오던 60여통의 전화 중 일부”라고 설명했다.
공개된 녹취록에서 권씨는 “성용이 형이 내게 전화가 왔더라”면서 기성용의 발언을 대신 전했다. 권씨에 따르면 기성용은 “지난날의 과오고 이제껏 잘못한 것도 있겠지만 형도 지금 축구인이고 다 이미지가 있지 않느냐”라며 “애들한테 사과할 수 있는데 벌써 사과하고 인정하면 다 잃는 거 아니냐. 애들이 형 지켜주려면 서로 대화라는 것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권씨는 이렇게 전하며 “이 말은 맞는 거 같다. 우리가 깨끗한 사람은 없지 않느냐”고 했다. D씨는 “성용이 형에게 이야기 한 번만 전해줘”라며 “오보 기사 내는 건 변호사에게도 이야기했다. 문제가 커지면 내가 나서서 ‘오보다’라고 기자들과 인터뷰 할 테니까 절대 형 이야기는 하지 말고 계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D씨가 “성용이 형하고 ○○형(다른 가해자)과 같이 만나면 좋겠다”고 하자, 권씨는 “오늘이라도 만나자고 할까요?”라고 했다. D씨는 “어 오늘. ○○형은 무조건 나와 달라고 해줘”라고 했고, 권씨는 다시 “○○형은 오늘 만날 수가 없잖아요”라고 답했다. 그러나 D씨는 “자기가 살려면 어떻게든 올라와야지”라고 말했다.
권씨가 “오보 기사를 먼저 쓰고 나서 만나자고 한다”고 전했지만, D씨는 “어떻게 먼저 쓰고 만나냐. 난 만나고 하는 게 나은데”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본 통화 내용 외 약 60여통의 회유, 협박, 강요 통화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기성용의 법률 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서평 송상엽 변호사는 이날 오전 “C씨, D씨에 대해 형사 책임을 묻기 위해 고소장을 접수했고 5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C씨와 D씨는 2000년 전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축구부 생활을 하면서 선배였던 기성용과 B씨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기성용과 B씨는 각각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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