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단일화 결국 로또식 승부…“어느쪽이 전화 더 받냐에 달렸다”

입력 2021-03-22 17:02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오세훈(왼쪽)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지난 19일 각각 후보 등록을 위해 서울 종로구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가 22일 시작됐다. 두 후보는 이틀간의 여론조사 개시 직후 본선 못지않은 총력전을 벌였다. 오 후보와 안 후보가 최근 오차범위 내 초박빙 승부를 벌이면서 예측불가 판세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야권에서는 “결국 어느 쪽 지지자가 더 전화를 많이 받게 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리는 로또 식 승부”라는 말이 나왔다.

단일화 여론조사 결과는 이르면 23일 오후, 늦어도 24일에는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기관 2곳이 각각 후보의 경쟁력과 적합도를 물어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오 후보 측은 야권 후보 적합도에서 오 후보 강세를, 안 후보 측은 여당 후보와의 경쟁력에서 안 후보 우위를 예상했지만 현재 판세는 안갯속이다. 안 후보는 지난해 12월 출사표를 던진 후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유지해왔으며, 오 후보는 지난 4일 국민의힘 경선에서 선출된 후 상승세를 탄 상태다.

두 후보는 최근 경쟁력·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모두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안 후보 측은 “경쟁력은 안 대표가 좀 높게 나타나야 정상인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며 “일절 가중치가 없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결국 후보의 운에 달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후보 측은 “오 후보는 제1야당 후보로서 많은 리스크를 감당했지만, 누가 이길지는 정말 예측하기 쉽지 않다. 결과는 시민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날 두 후보는 서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본선 경쟁에서 자신이 앞선다고 주장했다. 오 후보는 “(민주당이) 공격의 화력을 집중하는 후보가 버겁고 무서운 후보”라며 “지지자들은 민주당의 낡은 (공격) 방식에 대해 면역 백신을 맞았다고 생각해서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야권이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크게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저를 지지하는 20·30대, 중도층, 무당층이 저를 선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본선행 티켓을 목전에 둔 두 후보의 발언도 격해지고 있다. 안 후보는 한 유튜브 방송에 나와 지난달 처분했다는 일본 도쿄의 박 후보 남편 아파트에 대해 “도쿄에 아파트 가진 아줌마는 충분히 상대 가능하다”고 맹비난했다. 안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저는 집 없는 아저씨”라고 했다.

오 후보는 민주당의 내곡동 땅 의혹 공세에 대해 “독일 나치 선전장인 괴벨스 같이 흑색선전에 총력을 하는 민주당을 보니 ‘찌질한 정당’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박 후보는 정책선거를 할 건지, 괴벨스식 흑색선전에 매몰돼 국민들 실망을 살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오 후보는 당초 이날 저녁 만나 단일화 의지를 재확인할 예정이었지만, 여론조사 완료 후로 회동을 미뤘다. 두 후보는 단일 후보 결정 이후 서로 선거를 돕고 당선 이후엔 공동시정을 펴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김경택 이상헌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