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AZ백신 對영국 수출 금지”…현실이 된 ‘백신 전쟁’

입력 2021-03-22 16:59 수정 2021-03-22 17:01
영국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AFP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유럽에서 제조된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을 영국에 수출하지 않을 방침을 굳히며 갈등이 일고 있다. 팬데믹 초기부터 우려됐던 ‘백신 전쟁’이 현실화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EU가 네덜란드 공장에서 생산된 AZ 백신을 수출하라는 영국의 요구를 거절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EU의 한 고위인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은 네덜란드 할릭스 공장에서 생산된 AZ 백신이 자신들에게도 수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이 브렉시트로 인해 더이상 EU 회원국이 아니게 된 만큼 EU 권역에서 생산된 백신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마어리드 맥기네스 EU 집행위원회 위원도 EU가 영국에 대한 백신 수출 금지 조치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EU 시민들은 백신 접종이 예상보다 훨씬 느리게 진행되며 분노하고 있다”면서 “EU는 (수출을 막을) 준비가 완벽히 돼 있다”고 답했다.

이번 방침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지난 17일 영국에 백신 수출을 금지할 수 있다고 경고한 지 닷새 만에 나왔다.

영국은 “(EU의 행동을) 세계가 모두 지켜보고 있다”면서 경고에 나섰다. 벤 월러스 국방장관은 이날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EU 집행위원회의 태도를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면서 “백신 공급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EU의 국제적 평판이 훼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U가 당초 영국에 백신을 공급하기로 약속했으니 수출을 중단하면 계약 위반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어 “법치를 존중하고 약속을 지키는 데 자부심을 가진 EU가 우리와의 백신 계약을 깬다면 EU에게 큰 타격이 될 것”이라며 “백신 제조와 생산 과정은 유기적이어야 한다. 둘을 분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월러스 장관은 EU를 향해 “비생산적인 행동” “어른스럽게 행동해야” 등 감정섞인 발언을 내뱉으며 양측의 관계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내몰렸다. EU가 백신을 권역 내에서만 사유화하는 ‘백신 민족주의’를 펴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EU는 “우리는 이미 31개국에 코로나19 백신을 수출했다”면서 “백신 민족주의 고수하고 있는 건 100개 이상의 제약 원료에 대해 수출 금지령을 내린 영국”이라고 반박했다.

유럽 지역에서 백신 공급량 미달에 따른 접종 지연이 잇따르며 갈등은 더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과 EU는 오는 25일 회담을 열고 백신 수출 관련 문제를 논의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