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로 ‘쿵’ 뒤집힌 차량…몸날려 일가족 구한 동네 낚시꾼

입력 2021-03-22 16:48
농수로에 빠진 SUV차량. 경남경찰청 제공

차량이 농수로에 전복돼 익사 위기에 처한 일가족 3명을 50대 낚시꾼이 몸을 던져 구조했다.

22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낮 12시29분쯤 경남 김해시 화목동 봉곡천을 가로지르는 좁은 고량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3m 아래 농수로에 굴러 전복됐다.

당시 사고 차량은 맞은편에서 오던 상대편 차량을 비켜주기 위해 옆쪽으로 비켜주다가 난간이 없는 교량에서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차량에는 50대 부부와 20대 아들이 타고 있었다.

차량이 추락한 지점의 하천 깊이는 약 1.5m. 수압으로 인해 차 문은 내부에서 열리지 않았고 흙탕물이 차 안으로 유입되면서 일가족 3명이 익사 위기에 처한 위험한 상황이었다. 인근에서 낚시를 하던 김기문씨(57·김해 봉황동)는 이 사고를 목격했다. 그는 바로 현장으로 뛰어가 점퍼를 벗어던진 뒤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김씨는 차문을 열기 위해 물 속으로 잠수했지만 흙탕물 탓에 앞이 보이지 않았다. 우선 손으로 더듬어 운전석 문 손잡이를 찾아냈다. 물 속에서 온힘을 다해 문을 잡아당긴 끝에 겨우 문을 연 그는 운전자의 옷깃을 잡은 뒤 팔로 목을 휘어감아 밖으로 빼냈다. 다시 물속으로 들어간 김씨는 뒷좌석 출입문을 연 뒤 이번에는 여성의 긴 머리카락을 잡았다. 김씨는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운전자의 아내를 구했고 뒤이어 아들도 차 밖으로 빠져나왔다. 김씨 덕분에 일가족 3명은 목숨을 건졌다.

경찰은 “일가족 3명 모두 의식은 있었으나 1분 넘게 물이 차오르는 차 안에 있었기 때문에 익사 위험이 컸다”며 “김씨가 곧바로 구조를 시도해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이들 가족은 심한 부상 없이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중이다. 김씨는 일가족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발목과 어깨 등에 타박상을 입고 몸살감기까지 걸렸으나 마음만은 가뿐하다는 심경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연합뉴스에 “나도 모르게 외투를 벗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같은 사고를 목격하면 똑같이 행동하겠다”며 “구조한 가족 3명 모두 건강하다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직장에서 업무를 하다 끼임 사고 등을 당한 4급 장애인으로, 현재 직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해서부경찰서는 일가족 3명을 구해낸 김씨에게 조만간 표창장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노유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