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부동산정책, 5·18 계엄군에 빗댄 만평 ‘도마위’

입력 2021-03-22 16:25
대구지역 일간지 매일신문의 3월 19일자 매일희평(만평). 매일신문 홈페이지 캡처

대구지역 일간지 매일신문이 5·18 민주화운동 당시 잔혹한 진압에 나선 공수부대원들의 사진을 그대로 모방한 만평을 실어 도마 위에 올랐다. 매일신문 측은 정부 정책을 비판하려는 것이었을 뿐 폄훼할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5.18 단체들의 항의는 더욱더 거세지고 있다.

매일신문은 지난 21일 홈페이지에 ‘3월 19일자 매일희평(만평)’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앞서 정부 부동산·조세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종부세, 재산세, 건보료를 5·18 계엄군에 빗대 9억원 초과 1주택자를 곤봉으로 때리는 모습을 만평에 그렸다가 비판이 쏟아지자 해명에 나선 것이다. 신문은 입장문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재산세와 종부세, 건보료 인상의 폭력성을 지적한 것이었다”며 “갑자기 집값이 급등해 세 부담이 폭증한 현실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시민들에게 가해진 공수부대의 물리적 폭력에 빗댄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광주민주화운동과 그 정신을 폄훼할 의도는 추호도 갖고 있지 않다”며 “만평이 보도 취지와는 전혀 다르게, 광주시민들의 아픈 생채기를 조금이라도 건드리고 들춰낸 점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5·18 기념재단 제공

하지만 신문사의 해명에도 관련 단체들의 비판은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다. 5·18 기념재단과 5·18 관련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이날 성명에서 “만평의 목적은 국정 비판이라고 보이지만, 이를 접한 광주 시민들은 41년 전 고통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며 “5·18의 깊은 상처를 덧내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의 경위와 공식 사과는커녕 만평 작가를 옹호하고 변명에 급급해하고 있다. 작가를 즉각 교체하고,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비판 목소리는 신문사 내부에서도 나왔다. 이날 전국언론노동조합 매일신문 지부는 “지난 19일 본지 26면에 게재된 매일만평은 경악할 내용이다.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었다”며 “여전히 누군가의 기억 속에 생생할 폭력적인 장면을 끄집어내 정권 비판의 도구로 삼는 것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명백히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와 유족들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현재 해당 만평은 홈페이지에서 삭제된 상태다. 신문사 측은 만평이 5·18의 상처를 다시 소환하고, 정치적 왜곡과 변질 우려에 이같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