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회담 후 ‘통역 여신’ 떠오른 장징

입력 2021-03-22 15:49 수정 2021-03-22 16:03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중국 측 통역을 맡았던 여성 외교관 장징이 중국에서 ‘통역 여신’으로 떠올랐다. 중국 매체들은 장징이 차분한 태도와 정확한 메시지 전달로 중국 외교관의 품위를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반면 미국 측 통역을 향해선 외모도 실력도 떨어졌다고 깎아내렸다.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회담 첫날인 지난 18일(현지시간) 언론에 공개된 모두발언에서 장장 16분간 쉬지 않고 미국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양 정치국원은 발언을 마치고 왼쪽에 앉아 있던 장 통역관을 향해 영어로 “이건 통역사에게 시험”이라고 농담 섞인 말을 했다. 말을 끊지 않아 통역하기 힘들 거라는 취지였다. 그러자 맞은 편에 앉아 있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통역사에게 수당을 더 줘야겠다”고 거들었다. 시작부터 냉랭했던 미·중 회담 분위기가 잠시나마 풀리던 순간이다. 장 통역관은 약 2000개 단어로 된 영어로 양 정치국원의 발언을 옮겼다.

이 장면은 중국 소셜미디어인 웨이보 등에 빠르게 퍼졌다. 중국 네티즌들은 “중국 외교관의 우아한 품위를 보여줬다” “중국의 명성을 높였다”고 찬사를 보냈다. 중국 매체도 가세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장징의 고등학교 시절 교사를 인터뷰해 “장징은 칭화대나 베이징대 같은 일류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지만 조국에 봉사하기 위해 외교대학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저장성 항저우 출신인 장징은 항저우 외국어학교를 졸업하고 외교학원에서 영어를 전공한 뒤 2007년 중국 외교부에 채용됐다. 2013년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 때 통역관으로 일하면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중국 배우 자오웨이를 닮은 얼굴로 관심을 모았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 참석한 미국 측 통역(빨간색 동그라미). 중국 관찰자망 캡처

중국 인터넷 매체 관찰자망은 장징과 미국 측 통역을 비교하며 중국이 우월했다고 자평했다. 이 매체는 “미·중 전략대화에서 양측은 성의 있는 태도를 보였어야 함에도 미국은 오만하고 예의가 없었던 데다 ‘자색 머리’ 통역관을 내보내는 등 아마추어적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 측 통역이 블링컨 장관의 발언을 원문보다 공격적으로 번역했다며 “통역사가 업무에서 계속 삐걱대면 미·중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