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타전이 벌어진 알래스카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양제츠 정치국원과 왕이 부장의 발언을 영어로 통역한 중국 측 통역관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양제츠 정치국원의 10분이 넘는 발언을 유창한 영어로 통역하는 모습에 중국 여론은 “세계에 중국의 목소리를 차분히 전달했다”고 극찬했다.
22일 글로벌타임스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장징(張京) 통역관은 이번 회담에서 차분한 자세와 훌륭한 통역으로 중국 네티즌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은 지난 18일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장에서 사전에 합의된 2분을 훌쩍 넘겨 16분간 쉬지 않고 미국에 대한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발언을 마친 뒤 자신의 발언을 받아적던 장 통역관을 향해 영어로 “통역관에게는 테스트(It‘s a test for the interpreter)”라고 농담을 했다.
그러자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통역관에게 수당을 더 줘야겠다(We‘re going to give the translator a raise)”며 농담을 받아쳤다. 서로 날 선 발언을 주고받으며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던 회담장의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지던 순간이었다.
장징은 16분간 이어진 양 위원의 발언을 2000여개의 영어 단어로 차분하게 통역했다.
이 장면을 편집한 영상이 SNS에 퍼지면서 장징은 하루아침에 스타덤에 올랐다. SCMP는 회담 이후 중국 매체나 소셜미디어에서 그녀를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통역관”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트위터인 웨이보에서는 ‘장징’ ‘미중회담 통역사’ 등 관련 키워드가 인기 검색어로 올랐고 관련 내용이 3억7000만회 이상 조회됐다. 장징의 사진이 담긴 동영상도 수천만 회 조회됐다.
중국여성연합 기관지인 중국부녀보는 장징을 ‘중국 여성들의 롤모델’이라고 극찬하며 “유능하고 프로페셔널한 중국 여성 통역사가 세계에 중국의 목소리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장은 트위터에 영문으로 “장징이 인터넷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고 알렸다.
장징의 성장 과정도 화제다. 항저우 출신인 그는 2003년 항저우 외국어학교를 졸업한 후 중국 외교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했다.
졸업 이후 2007년 중국 외교부에 채용됐다. 2013년 베이징에서 열린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통역을 맡으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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