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법정 싸움 시작… 형사고소·5억 손배소 동시에

입력 2021-03-22 14:05 수정 2021-03-22 14:27
뉴시스

축구선수 기성용(32·FC서울) 측이 성폭행 의혹 제보자 2명을 상대로 형사·민사 소송을 동시에 진행하며 본격적인 법적 대응에 나섰다.

기성용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서평의 송상엽 변호사는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기성용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C, D씨에 대해 형사책임을 묻기 위해 고소장을 접수했다”며 “5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제기했다”고 밝혔다. 송 변호사는 이날 서초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서울중앙지법에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이에 제보자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현의 박지훈 변호사는 YTN에 “원하던 일이다. 법적 소송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가리자”며 “피고소인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애초 확실한 증거가 있다며 기성용 측을 압박했으나 ‘즉시 공개하라’는 반응에 “기성용이 고소나 소송을 하면 법정에서만 공개하겠다”고 선회하며 “증거 속에 등장하는 타인들의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었다. 따라서 제보자 측이 확보했다는 증거가 이번 법정 공방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24일 C씨와 D씨는 박 변호사를 통해 2000년 1~6월 전남의 한 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에서 1년 선배인 A선수와 B씨로부터 구강성교 등의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애초에 실명이 거론된 것은 아니었지만 A선수를 ‘최근 수도권 한 명문구단에 입단한 국가대표 출신 스타플레이어’라고 표현한 탓에 기성용으로 쉽게 특정됐다.

그러나 기성용은 “전혀 관련 없다”며 즉각 반박했고 현재 광주 지역 한 대학에서 외래교수로 활동 중인 B씨 역시 “그 시절 나는 축구만 했다”고 부인했다. 기성용은 기자회견까지 열어 “왜 증거를 이야기하지 않고 다른 소리를 하며 여론몰이를 하는지 알 수가 없다”며 제보자 측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후 제보자들과 기성용 측 진실공방은 계속됐고 지난 16일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편에서도 의혹을 다뤘다. 박 변호사는 해당 방송에 출연해 “피해자들이 (기성용 등 가해자들의) 성기 모양까지 기억하고 있고 구강성교를 할 때 느낌까지 비참하고 참담한 심정으로 이야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음 날 기성용 측이 제보자 중 한 명의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상황은 또 반전됐다. 그 안에는 “(사건 보도 후) 우리가 ‘오보다. (정정) 기사를 써 달라’ ‘기성용 아니다’라고 했는데 박 변호사 입장에서는 이걸 오보라고 해버리면 대국민 사기극이 되니까 자기는 한국에 못 산다고 했다” “성용이 형에게 명예훼손 같은 거 걸지 말라고 얘기해 달라” 등의 발언을 하는 D씨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여론이 기울자 제보자 측은 또 한 차례 입장문을 발표하고 “기성용 측이 여러 경로로 집요한 회유와 압박을 가했다. 심한 불안감과 두려움을 느껴 ‘원하는 대로 사건을 없는 것으로 해줄까’라는 바보 같은 마음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라며 “기성용 측 변호사가 대화 앞뒤를 잘라내고 악의적으로 편집해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고 재반박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