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차고 여대생들 불러낸 PD사칭범, 처벌은

입력 2021-03-22 10:22 수정 2021-03-22 10:45
지난 19일 SBS '궁금한이야기Y'에서는 여자 대학생을 대상으로 지상파 방송국 PD를 사칭, 유인한 A씨의 이야기를 다뤘다. SBS 궁금한이야기Y 캡쳐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 전력자가 지상파 방송국 PD를 사칭하며 여대생들을 접촉한 사실이 신고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재범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높지만 처벌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북경찰서는 수유역 인근 음식점 등으로 여성인 대학생을 불러낸 남성 A씨를 특정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A씨에게 강제추행 전과가 있는 점을 고려해 대학생들을 불러낸 경위와 추가 피해, 공범 여부 등을 파악하고 있다.

지난 2017년 강제추행으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은 A씨는 지난해 12월 만기출소한 직후부터 학생들을 접촉한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자신을 지상파 방송국 PD로 소개한 뒤 여성인 대학생들에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시켜 주겠다고 제안해 만남을 유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에게 연락을 받은 피해자가 여럿 발생하자 서울권 대학가에서는 이 사안을 두고 ‘방송국 PD 사칭 피해 대학생 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가 결성됐다. 대책위는 A씨가 지난해 12월부터 온라인에 공개된 대학 학생회 휴대전화번호로 연락하거나, 공중전화로 통화하면서 학교 교무처에서 전화한 것처럼 속여 여학생들에게 직접 연락했다고 밝혔다.

출소 후 전자발찌를 착용한 A씨는 멀리 이동할 수 없는 상황에서 주거지와 가까운 수유역 인근 음식점 등으로 대학생들을 불러내 방송과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진 않았지만, 카페로 불러내 개인 사진 등을 요구하며 만남을 지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학생 중 몇 명이 A씨가 PD를 사칭한다며 지난달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아직 뚜렷한 처벌조항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PD를 사칭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할 수 없어서 현재로서는 죄가 되는지 정확히 판단이 안 된다”며 “추가 피해가 있는지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대책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A씨가 감옥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막을 수가 없다. 그가 어디선가 같은 행동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노유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