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앞서 성폭행 당한 엄마…청장 실언에 분노한 여성들

입력 2021-03-21 14:48 수정 2021-03-21 14:55
고속도로 집단강간 사건에 항의하는 파키스탄 여성. 연합뉴스

파키스탄의 고속도로에서 여성 운전자를 끌어내 어린 자녀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집단 성폭행한 남성 두 명에게 사형이 선고됐다.

21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법원은 아비드 말리와 샤프캇 후세인에게 집단 강간, 납치, 강도, 테러 혐의로 전날 사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9일 밤 파키스탄 북동부 라호르 인근 고속도로에서 운전 중 기름이 떨어진 여성에게 접근했다. 차 유리를 부수고 끌어내 아이들 앞에서 집단 성폭행했다.

이 사건에 대해 라호르 경찰청장 우마르 셰이크는 “피해자는 남성 보호자 없이 밤에 운전했다”며 “파키스탄 사회에서는 누구도 여동생이나 딸을 그렇게 늦은 밤 혼자 다니게 하지 않는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또 그는 “피해 여성은 프랑스 거주자인데 파키스탄이 프랑스처럼 안전하다고 잘못 여긴 것 같다”면서 “그 여성은 다른 도로를 택해 운전했어야 했고 차의 기름도 체크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고속도로 집단강간에 항의하는 파키스탄 여성들. 연합뉴스

청장의 발언이 보도되자 이슬라마바드, 라호르, 카라치 등 주요 도시에서 여성들이 거리로 나와 성폭력 근절을 외치고, 셰이크 청장의 사임과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가 거세지자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강간범을 공개 교수형이나 ‘화학적 거세’(성충동 약물치료)와 같은 벌로 다스려야 한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해 12월 화학적 거세법을 도입하고, 성범죄 전담 특별법원 신설을 통해 중범죄의 경우 사건 발생 4개월 이내에 신속하게 재판을 마무리하도록 했다.

양재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