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이 21일 말레이시아를 떠나며 “맹목적인 미국 지지에 대한 결과를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오전 11시(현지시간)쯤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을 태운 대형버스가 쿠알라룸푸르 공항을 향해 출발했다. 말레이시아와 북한을 오가는 직항 항공편은 없기에 이들은 중국 등으로 향할 것으로 점쳐진다.
말레이시아 현지 매체와 외신들에 따르면 버스가 출발하기 전 김유성 북한 대사 대리는 북한 대사관 밖으로 나와 성명을 발표했다.
김 대사 대리는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번 사태가 가져올 결과물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미국의 극악무도한 정책으로 만들어진 반북 음모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말레이시아 당국은 맹목적으로 미국을 지지했다”며 “말레이시아가 무고한 우리 국민을 미국에 인도함에 따라 양국 관계의 근간을 송두리째 파괴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말레이시아와 북한은 1973년 외교 관계를 수립한 뒤 우호 관계를 유지했다. 다만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VX신경작용제로 암살당한 뒤 양국 관계는 급격히 멀어졌다.
두 나라는 상대국 대사를 맞추방했고, 북한은 자국 내 말레이시아인을 전원 억류해 인질로 삼으면서 양국은 단교 직전까지 갔다. 그러다 최근 말레이시아 당국이 쿠알라룸푸르에 살던 북한인 사업가 문철명을 자금세탁·유엔 제재 위반 등 혐의로 체포해 미국에 인도하자 북한이 외교 관계 단절을 전격 선언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도 맞대응해 북한 외교직원과 가족들에게 48시간 이내 떠나라고 명령했다. 아울러 “(김정남 암살사건에 따라) 2017년부터 이미 운영이 중단된 주평양 말레이시아 대사관 문을 닫는다”고 발표했다. 이후 쿠알라룸푸르 서부 부킷 다만사라에 있는 북한 대사관 앞에는 현지 매체와 외신 취재진이 몰려들었고, 경찰도 배치됐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