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인니 경찰, 17년 만에 정신병원서 발견

입력 2021-03-21 11:37 수정 2021-03-21 12:38
인스타그램 캡처

쓰나미에 휩쓸려 실종된 인도네시아 경찰관이 17년 만에 정신병원에서 발견됐다. 아직 유전자(DNA) 검사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가족과 동료들은 동일 인물임을 확신하고 있다.

21일 트리뷴뉴스 등에 따르면 이 영화 같은 사연 속 주인공은 수마트라섬 아체주 반다아체에서 근무하던 경찰관 아셉이다. 그는 2004년 12월 26일 인도양 쓰나미가 마을을 덮친 직후 종적을 감췄다.

당시 쓰나미는 반다아체 앞바다 해저에서 발생한 강도 9.1 지진으로부터 시작된 초대형 자연재해였다. 최고 높이 30m에 이르는 쓰나미는 수마트라섬 서부해안은 물론 인도양 연안 12개국을 강타했었다.

그러나 조기 경보시스템이 없어 피해 규모는 속수무책으로 커졌다. 인도네시아 아체주에서만 17만여명, 스리랑카 3만5000여명, 인도 1만6000여명, 태국 8200여명 등 총 23만여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아셉 역시 실종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가족은 그의 장례까지 치렀다.

그런 아셉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정신병원에서 발견된 과정은 이렇다. 쓰나미 발생 후 5년이 지난 2009년 어느 날 아체주 자야군 파자르 촌장은 마을을 돌아다니던 한 청년을 발견한다. 그리고는 자신의 이름조차 말하지 못하는 등 정신이 온전치 않아 보였던 이 청년을 불쌍히 여겨 반다아체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시킨다.

마을 주민들은 “머리가 길고 정신 상태가 불안해 보이는 청년이 언젠가부터 눈에 띄기 시작했다”며 “그는 결코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았고 뭔가 혼란스럽고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또 “외모는 단정하지 않았지만 자세나 행동으로 봤을 때 군인이었거나 경찰이었던 것으로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청년을 십수년간 보살펴 온 정신병원 측은 최근 파자르 마을에 ‘청년을 돌려보내도 되겠느냐’는 연락을 해왔다. 이에 촌장은 청년의 가족을 찾아줘야겠다고 생각해 경찰서를 방문했고 수사관들을 정신병원으로 안내했다. 그곳에서 경찰관들은 청년이 동료였던 아셉임을 알아챘고 지난 17일 SNS에 이 같은 사연을 올렸다. 당시 청년은 경찰이 기동타격대 노래를 부르자 자세를 갖추고 따라서 흥얼거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 경찰관을 보고는 “선배”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아셉의 형제·자매들이 정신병원을 찾아와 청년을 만났고 DNA 검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가족은 “아셉은 오른쪽 귀에 점이 있고 이마에도 흉터가 있다”며 “그가 확실하다. 살아 돌아왔다”고 감격하고 있다. 현지 경찰 역시 “가족 확인 등을 통해 신체적 특징이 80% 이상 동일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다만 당사자는 기억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상태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