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대적 조직개편을 발표하면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 동참을 호소했다. 피해 금액이 날수록 들어가는 데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범행을 막기 위해서다.
서울경찰청은 금융범죄수사대는 21일 “서울청 금융범죄수사대(1계)를 보이스피싱 집중 컨트롤타워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신고받은 일선 경찰서에서 수사를 진행했으나, 각각 다른 경찰서의 사건이 같은 범죄조직에 연루된 사례가 확인되면서 비효율을 없애고 체계적으로 대응하려는 조치다.
경찰의 지속적인 수사에도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와 피해 금액은 증가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하루에만 25건, 금액으로는 6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전국으로는 일 평균 87건, 피해액은 약 19억원이다. 총 피해금이 2017년 937억원에서 지난해 2228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범행 수법도 날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 실상은 중국·필리핀 등 해외 번호이지만 수신자 휴대폰에는 ‘1588’이나 ‘010’ 등 국내번호로 찍히게 해 교묘하게 피해자를 속아 넘어가게 하는 식이다. ‘○○지검 검사인데 당신이 범죄에 연루됐다’는 연락을 하거나, 은행권 대출문자를 가장해 미끼를 던지기도 한다.
경찰은 특히 해외번호를 국내번호로 변조하는 ‘사설 중계기’ 단속에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중계기는 인터넷 모니터링 부업을 모집한다고 허위 광고를 낸 뒤 주거지에 기계를 놓으면 돈을 준다고 회유하는 식으로 설치된다. 고시원 등 공실을 임차해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 경찰은 지난 2월 중순부터 집중단속을 벌여 중계기 161대를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와 같은 기기를 발견하면 즉시 신고해주시고, 중계기 설치 아르바이트를 했다가 수사를 받게 될 수 있으니 주의해달라”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범죄데이터분석 등을 통해 범인보다 더 진화해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약속드리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은행,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등 다양한 기관과 접촉하며 협의를 해나가고 있다”며 “매일 발생하는 보이스피싱 걱정을 내려놓게끔 모두가 도와달라”며 동참을 촉구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