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누설로 고발당한 임은정 “재소자들에게 미안”

입력 2021-03-21 05:31 수정 2021-03-21 10:12
뉴시스

대검 부장·고검장 회의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의 모해위증 의혹에 대해 불기소 의견이 결정되자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부장검사)이 “재소자들에게 미안하다”는 소회를 밝혔다.

임 부장검사는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산하 시인의 시 ‘그는 목발을 짚고 별로 간다’의 한 구절을 인용해 “먼 하늘의 은하수를 바라보며 계속 가 보겠다”고 썼다. 그는 또 “아파도 가야 하고 아프지 않아도 가야 하는 길 쇠똥구리가 지나간 길들은 매순간이 백척간두였다”는 구절을 인용하기도 했다.

임 부장검사는 또 “기도해주시고 걱정해주신 많은 분 덕분에 모래바람 거센 광야에 선 듯한 회의장에서 굳세게 버틸 수 있었다”며 “능력이 부족해 어렵게 용기를 내고 마음을 열어준 몇몇 재소자분에게 너무 미안해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이어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테니 대검연구관회의에서처럼 만장일치가 아니었던 것에 감사하며 씩씩하게 내일을 준비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앞서 모해위증교사 의혹의 기소 여부를 두고 전날 열린 대검 부장·고검장 확대회의에서는 참석자 14명 중 10명이 불기소 의견을 냈고 2명은 기권해 기소 의견을 낸 참석자는 2명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모해위증이란 법정에서 법률에 따라 선서한 증인이 허위 진술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다. 모해위증교사 의혹은 수사팀이 2011년 한 전 총리 재판에서 재소자들에게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가 ‘한명숙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말했다”는 허위 증언을 사주했다는 진정이 지난해 4월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이달 초 주임검사 지정 전까지 해당 사건 조사로 모해위증 혐의를 받는 재소자를 기소하고 검찰 수사팀을 수사해야 한다고 보고했던 임 부장검사도 회의에 참석해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어제 회의를 마치고 참석자 모두 회의 결과를 외부에 누출하지 않기로 보안각서를 쓰자는 말까지 들은지라 감찰팀에게도 결과를 말하지 못하고 그저 수고했다고만 하고 퇴근했다”며 “회의 종료 10분 만에 비공개 회의라는 규정이 무색하게 회의 내용과 결과가 소상히 특정 언론에 단독 형식으로 보도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한 부장은 “감찰부장으로서, 고검장 등 고위검찰공무원 회의에서 법과 규정이 준수되지 않는 상황을 목도하고 보니, 성실하게 윤리규정을 지키고 있는 일선 검찰공무원과 국민들께 검찰 직무의 바탕이 공정과 정의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지 참으로 민망하고 안타까웠다”며 “B검사의 출석 사실까지 보도되었는데, (사실이라면) 공무원의 경우 방어권을 어디까지 보장받아야 하는지, 권한과 책임은 함께 가는 것은 아닌지, 국민의 권리 이상을 받아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 시민단체는 임 부장검사를 직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은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가 임 부장검사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형사2부(부장검사 김형수)에 배당했다. 이 단체는 지난 17일 임 부장검사에게 중징계를 내려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대검에 제출하기도 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