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추 각막인데, 35살 이후 서서히 멈추게 되나요? 아니면 50넘어서도?” “눈을 자주 비비고 많이 쓰거나 하면 진행할 수도 있나요?”
30대로 추정되는 원추 각막증 환자가 인터넷커뮤니티에 올린 상담 글이다. 이처럼 젊은 나이에 원추 각막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다.
최근 ‘국가관리대상 희귀질환’으로 지정된 원추 각막은 20·30대에 주로 진단되며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영구적인 시력 저하가 올 수 있는 질환이다.
눈 건강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젊은층에서 주로 발병하고 특징적인 증상도 없어 조기발견이 어려우므로 젊더라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아토피피부염 등으로 눈을 자주 비비는 습관이 원추 각막을 부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2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5~2019년 원추 각막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는 약 2만4000여명이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는 34.8%, 30대는 34.6%로 20·30대가 전체의 69.4%나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미만, 40대, 50대, 60대 이상은 각각 9.3%, 14.7%, 4.6%, 2.0%를 차지했다.
원추 각막은 각막이 얇아지며 원뿔처럼 뾰족해지는 질환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각막의 모양이 점점 뒤틀리는 진행성 질환으로 심한 경우 드물지만 젊은 나이에 영구적인 시력저하로 인한 각막이식까지 해야 할 수도 있다.
보통 10대 때부터 발병해 진행성으로 20·30대에 증상이 생기면서 진단된다. 대개 40·50대까지 진행하며 개인별로 그 진행양상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발생 기전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러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토피피부염과 감염 등으로 인해 약해진 각막을 비비는 습관, 과도한 자외선 노출, 호르몬 변화 등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라식이나 라섹 등 시력교정술 시 매우 드물게 각막 형태가 변화하기도 한다. 수술 전 검사에서 잠복된 원추 각막을 발견하지 못한 채 수술하거나 잔여 각막량을 충분히 남기지 않으면 얇아진 각막으로 인해 안정성이 떨어지며 2차적으로 원추 각막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각막 확장증’이라고 하는데 원추 각막처럼 각막 형태의 왜곡, 굴절 이상이나 각막이 얇아지면서 급격히 시력이 떨어지거나 각막혼탁이 발생할 수 있다.
원추 각막은 조기 발견이 어렵다. 각막 형태의 변화를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이 어렵고 각막혼탁, 난시 악화, 잦은 안경도수 변화, 눈부심 등이 있지만 이는 원추 각막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적 증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환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증상들이 단순 시력 저하로만 느껴질 수 있고 20·30대에 주로 진단되는 만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더욱이 지난 5년간 원추 각막 연평균 환자수(건강보험심사평가원)는 약 4783명뿐이다. 그 수가 매우 적어 일반인에게 생소하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더 인지하기 어렵다.
원추 각막은 병원에서도 초기 진단이 매우 어려운 질환이다. 이미 병이 많이 진행된 경우 세극등현미경검사로 각막의 형태 변화를 확인할 수 있지만 초기에는 단순 검사만으로는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정밀한 검사와 그에 따른 정확한 문진이 필요하다. 하지만 필수로 진행하는 각막지형도 검사는 다양한 장비와 측정법으로 전문의에 따라 검사결과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각막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찾는 것이 좋으며 반복된 검사를 통해 주의 깊은 진단이 필요하다.
원추 각막은 진행성 질환으로 완치 방법은 없고 진행을 억제해 가능한 한 각막이식 시기를 늦추는 것이 치료의 목적이다.
초기에는 치료용 하드렌즈를 처방해 각막 형태를 보존해 진행을 억제하지만 실패 확률이 높다. 이밖에 각막교차결합술, 각막내링삽입술을 시도할 수 있다.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각막센터 김국영 전문의는 “어렸을 적 난시가 심해지거나 시력저하를 느끼고 안경도수를 자주 바꾸고 있다면 젊은 연령층이라도 안과 검진을 권한다”며 “진단을 받아도 젊기 때문에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경과 관찰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은데,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