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st하우스는 위기의 동물이 가족을 찾을 때까지 함께하는 유기동물 기획 취재입니다. 사연 속 동물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백구야, 나오고 싶지? 조금만 기다려.”
“얼른 돈부터 보내. 돈 보내야 넘겨줄거야.”
“알겠어요, 할머니. 백구야 이동장으로 들어가. 옳지 됐다. 됐어.”
전북 부안의 한적한 시골길에 녹슨 뜬장이 덩그러니 있습니다. 사방이 뚫려 춥고 배고픈 그곳에는 어린 백구 한 마리가 갇혀 있었죠. 할머니가 주는 음식쓰레기를 먹다 어른 개가 되면 어디론가 끌려가는 팔자. 자리가 비면 곧이어 다음 백구가 그 자리를 채웠답니다.
근처 병원 간호사 김은지(가명·37)씨는 막내 간호사 시절부터 뜬장을 지켜봤다고 합니다. 그는 “뜬장 속 백구를 보는 것도 안타까워 그 길을 피해 돌아다녔어요. 아직 살아 있나, 안에 잘 있으면 안심하곤 했고요”라고 회상했습니다.
3일에 한번 밥 준 주인…“구하고 싶어? 10만원 내놔”
사연의 주인공, 4살 봄이는 코카스파니엘 크기의 작은 백구에요. 보통 진돗개는 25~30kg까지 크는데 봄이는 14kg에 불과하지요.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요. 작은 체구 덕분에 봄이는 몇 년간 개장수들에게 팔리지 않았답니다.
벌이가 되지 않는 봄이에 대한 할머니의 돌봄은 소홀하기 그지 없었어요. 밥도 2, 3일에 한번만 주고 추운 겨울에 신문지 한 장 넣어주지 않았죠.
“이번 겨울이 길고 추웠잖아요. 영하 20도에 폭설이 내리는데 봄이는 뜬장에서 웅크리고 있어요. 이러다 얘 얼어 죽겠다, 어떻게든 살리고 싶었어요.”
은지씨는 뜬장 주인 할머니에게 “날이 추우니 담요라도 하나 넣어주자”고 부탁했어요. 하지만 할머니는 “내 개도 내 마음대로 못 키우냐” “그렇게 불쌍하면 10만원 주고 니가 사가라”라고 쏘아붙였답니다.
동물보호법상 동물을 지속적인 굶주림과 고통에 방치하는 것은 학대 행위입니다. 하지만 한국 법상 엄연한 불법적 학대가 있더라도 구조하려면 주인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보통 돈을 요구하므로 ‘구조’는 곧 ‘구매’ 행위가 되곤 하죠. 독일이나 미국이라면 양육권을 박탈하고 동물을 강제 압수했을 겁니다.
은지씨와 동물보호단체도 결국 할머니에게 10만원을 주고 봄이를 꺼냅니다. 지은 죄 없이 길고 긴 4년 감옥살이가 마침내 끝나는 순간이었죠.
자리가 비는 족족 다음 백구가 다시 채워지던 뜬장도 다행히 봄이 오기 전에 철거됐답니다. 제보자가 구조장면을 SNS에 소개한 덕분이었어요. 500개 넘는 좋아요가 눌리고 댓글창에는 잔인한 뜬장을 없애자는 의견들이 달렸죠.
동물학대 민원이 쏟아진 끝에 주인 할머니는 경찰 조사를 받았고, 며칠 뒤 뜬장은 사라졌습니다.
철장 밖은 아름다워, 견생에 봄이 왔어요
지난 1월 구조된 봄이는 경북 상주의 30대 부부 집에서 임시보호(임보) 생활을 시작했어요. 흙바닥도 한 번 못 밟아본 봄이에게 세상을 가르치는 막중한 책임이 주어진 것이죠.
구조 1주차, 봄이의 마음은 아직도 철장에 갇혀 있는 것 같았습니다. 방구석에 몸을 구겨 넣고 와들와들 떠느라 사료도 먹지 못했지요. 임보자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봄이의 생애 첫 목욕과 산책은 모두 임보자가 함께 해냈습니다.
구조 2주차, 마침내 봄이가 마음 속 철장을 열고 나왔어요. 반려견으로서 교감하고 일상을 즐기기 시작했거든요. 단단한 철근을 딛고 살았던 봄이는 이제 ‘푹신함’을 무척 좋아답니다. 극세사 이불 위에 몸을 부비는 순간을 제일 즐거워 한대요.
제보자는 “봄이는 의젓한 리트리버같은 성격”이라면서 “다른 개가 짓궂은 장난을 걸면 진정하라고 앞발로 머리를 쓰다듬을 만큼 점잖다. 100점 만점 매너견인 봄이에게 좋은 가족을 찾아주고 싶다”고 소개했습니다.
황사가 걷히면 곧 아름다운 벚꽃이 필 거예요. 백구 봄이와 벚꽃 나들이에 나설 입양자 모집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리트리버처럼 순한 백구, 봄이의 가족을 기다립니다.
- 4살 진돗개. 암컷, 중성화 예정
- 14kg의 작은 체구
- 입질, 짖음, 공격성 없음.
- 배변 교육 O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인스타그램 @songdong2로 문의 바랍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