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위, 이재용 ‘취업제한’ 판단유보 “범위 모호”

입력 2021-03-19 20:46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확정받아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취업 제한’ 문제에 대해 최종 판단을 보류했다. 취업제한요건과 범위에 불명확한 점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준법위는 대신 위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삼성전자에 권고하기로 했다.

준법위는 이날 삼성생명 서초 타워에서 8시간30분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이같이 정했다고 밝혔다.

19일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열리고 있는 서초동 삼성 사옥에 직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준법위는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 요건과 범위에 불명확한 점이 있다”면서도 “관련 절차 진행 과정에서 관계 법령을 준수해 위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삼성전자에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달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고 수감 중인 이 부회장에게 ‘취업제한 대상자’라고 통보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14조에는 5억원 이상 횡령·배임 등의 범행을 저지르면 징역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부터 관련 기업에 5년간 취업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이 취업제한 대상을 ‘형 집행이 종료된 경우’로 명시하고 있다는 이유로 ‘형이 집행중인 상태’인 이 부회장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10일 이 부회장이 형 집행중에 옥중 경영을 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삼성전자 이사회에 해임 의결을 요구했다.

반면 삼성과 이 부회장 측은 형이 집행 중인데다 이 부회장이 미등기 임원이면서 보수도 받지 않고 있어 취업 제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논란 속 회의를 진행한 준법위도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준법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취업제한 대상에 해당하는지, 해당한다면 취업제한 기점을 언제부터로 적용할 것인지에 관해 법조계 내에서도 논란이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위원회는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 대상인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장 이사회가 나서 해임하거나 이 부회장이 스스로 사임해야 한다는 권고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앞으로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취업 허가 신청 등 후속 절차를 밟을 수 있는데, 이 같은 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관련 법령을 준수하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준법위는 이 부회장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앞으로 추가 논의가 있을 지 여부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날 준법위는 오전 9시30분에 회의를 시작해 점심을 도시락으로 10분만에 해결하고, 오후 6시까지 8시30분 가까이 마라톤 회의를 했다. 이는 준법위 최장 회의 기록이다.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 문제를 놓고 준법위원들 사이에 고심이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삼성전자와 삼성SDI 등 준법위 7개 관계사는 준법위 신임 위원으로 김지형 위원장이 추천한 원숙연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원숙연 교수는 대통령직속규제개혁위원회 위원과 대검찰청, 법무부, 인사혁신처 등에서 평가 및 자문위원 등을 두루 역임했고, 현재 대법원 감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