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담패설에 내공 가져라”…여대 교수의 ‘이상한 강의’

입력 2021-03-20 07:38
서울 모 여대에서 상권과 관련한 강의에 사용된 PPT자료의 한 부분. 해당 교수는 강의 내용과는 관련없는 여성 비하적 발언으로 학생들의 비판을 받았다. 제보자 제공

한 여대에서 성차별적 내용이 담긴 강의를 한 교수가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교수는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재학생들은 ‘단순한 사과로 끝나서는 안된다’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모 여자대학교의 학내 커뮤니티에는 한 교수가 강의 내용과 관련 없는 성차별적 발언을 이어왔다며 문제를 제기하는 글이 올라왔다. 문제가 된 A교수는 ‘상권 분석’ 과목을 강의했는데, 상권 정보와 관리 방법, 경쟁점에 대한 대응 전략 등과는 무관한 ‘직장에서 남성들과 진정한 업무 동반자가 되는 비법’ 등을 가르쳤다고 한다.

A교수는 이 강의에서 “남자들의 대화 주제는 스포츠, 정치, 주식, 여자 등 극히 제한적이다. 회식 자리에서 주변 남자 직원들끼리 하는 얘기를 유심히 듣고 무심한 듯 툭툭 의견을 던지라”거나 “남자들과 대화할 때 애매모호한 표현은 하지 말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남자들은 모였다 하면 음담패설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분위기에 불쾌감을 느끼고 거리를 두면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 수가 없다. 음담패설에 내공을 가져라“라는 등 황당한 설명도 이어졌다고 한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는 이 같은 강의 내용 일부를 캡쳐한 사진도 포함돼 있었다.

강의 중 그대로 언급된 글 내용. 재학생 설명에 따르면 해당 교수는 지난해에도 비슷한 사건으로 논란을 빚었다.


논란이 커지자 교수는 해당 강의 온라인 강의실에 사과문을 게재했으나 재학생들은 '제대로 공개적인 사과를 하라'고 지적했다.

해당 글이 SNS에서 퍼지며 논란이 커지자 A교수는 온라인 강의실에 사과문을 게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의 내용 중 일부분이 학생들에게 오해를 갖게 한 점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절대로 오해를 갖지 않길 바란다”는 취지다.

이 같은 사과문 공개 이후에도 비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재학생과 누리꾼들은 “어떤 부분이 오해를 샀는지, 재발 방지는 어떻게 할 건지 명시해야 할 것 아니냐”“해당 교수는 작년 강의에서도 똑같은 일이 있었는데 사과하고 넘어갔다” 등의 지적을 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강의 내용이 상권 분석 방식이나 경영 전략 등이 아닌 직장 내 남성과의 관계성 등을 강조한 것부터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 학교 재학생인 B씨는 19일 국민일보에 “2020년에도 비슷한 논란이 일어났지만 사과만 하고 끝났다고 한다”면서 “여대에서 저런 발언을 한다는 자체가 성차별문제다. 이 문제는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번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잘못을 저지른 교수가 아닌 학교와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B씨는 이번 사건을 놓고 SNS 상에서 퍼지는 무차별적 비난과 관련해 “교수 개인의 잘못일 뿐 학교와 학생들의 잘못은 없다”고 강조했다.

노유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