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코로나19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내렸던 서울시가 정부의 요청을 받고 이를 번복했다. 주한 영국대사관과 서울대 등 각계에서 외국인 차별이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한발 물러선 셈이다.
서울시는 외국인 노동자의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의무화했던 행정명령을 철회하고 고위험 사업장 대상으로 검사를 권고한다고 19일 밝혔다. 중앙사고수습본부가 내·외국인 차별 및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철회를 요청한 결과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7일 수도권 특별방역대책의 일환으로 해당 행정명령을 2주간 시행한다고 밝혔다. 국내 확진자 중 외국인의 비율이 지난해 말 2.2% 수준이었으나 최근 6.3%까지 높아졌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를 어기면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 수 있고,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이어진다면 구상권을 청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각계에서는 외국인 차별일뿐 아니라 방역 측면에서도 근거가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제이주문화연구소 등 이주노동자 인권단체는 물론, 방역 전문가들도 “비인권적”이라며 목소리 높였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이날 성명을 발표해 해당 행정명령을 헌법상의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철회를 요청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최영애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이주민을 배제·분리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는 외국 정부까지 나섰다.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는 18일 대사관 공식 SNS를 통해 “영국 정부는 한국 정부와 서울시에 불공정하고 과하며 효과적이지 않은 조치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날 해당 행정명령을 철회하고 개선하라고 요청한 중수본은 서울시와 함께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중대본 회의를 통과한 안건이었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우려에도 정부는 감염 위험을 고려해 적용하는 조치라는 설명을 되풀이해왔다. 윤태호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외국인을 차별적으로 대우하겠다는 문제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다”라며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으라는) 독려 차원의 조치로 안다”고 말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