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너를 찾고 있어” 잠수교 난간 애타는 포스트잇

입력 2021-03-19 15:36

서울 잠수교 지하차도 난간에 붙은 노란색 포스트잇들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포스트잇마다 막내아들이 집으로 돌아오길 기원하는 어머니의 간절한 마음이 담겼다. 최근 실종된 김성훈(25)씨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지난 12일 잠수교에 차량 한 대가 방치돼 있다는 신고가 서울 서초경찰서 반포지구대로 접수됐다.

해당 차량은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잠수교 북단 방향 갓길에 방치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블랙박스는 연결이 끊어진 상태였고 뒷좌석에서는 극단적 시도를 한 듯한 흔적과 개인 소지품들이 발견됐다.

왼쪽은 김성훈 씨의 모습. 오른쪽은 실종 당시 타고 있었던 차량. 가족 제공

차량 소유주인 김성훈씨는 지난 7일 오후 4시14분쯤 잠수교 갓길에 주차한 이후 행방이 묘연해졌다. 1남 2녀 중 막내인 김씨는 한달 여 전 집에서 독립해 경기도 오산에서 홀로 거주했다고 한다. 김성훈씨의 키는 174cm이며 보통 체격이고 평소 안경을 썼다. 실종 당시 그는 남색 노스페이스 점퍼를 입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가족들은 김씨가 행방불명된 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처남이 실종됐어요. 잠수교 목격자를 찾습니다”라는 글을 올려 제보를 기다렸다.

글쓴이는 “차 쪽을 바라보는 CCTV가 없다 보니 차에서 나와서 다른 곳으로 간 건지 아니면 혹시라도 극단적 선택을 한 건지 단서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지나가시다가 보신 분 계시면 꼭 제보 좀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원래도 전화를 매일 무음으로 해놓던 아이다 보니 또 무음으로 해놔서 전화를 안 받는 줄 알고 신경도 안 썼다”면서 “저랑 5살 차이가 나니 다 커도 왜 이렇게 아이 같은지, 맨날 돈 없다 돈 없다 하면 너 차에다 이것저것 붙이니 돈이 없지 으이구 하고 타박했던 게 생각난다”고 덧붙였다.

김성훈 씨가 매우 아꼈던 반려견들. 가족 제공

매형은 1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씨에 대해 “조용하고 순진하고 착한 동생이었다”며 “실종되기 전에도 부모님이나 누나한테 힘들다는 말을 전혀 한 적이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김씨 아버지는 “아들이 마음이 여리다 보니 지금 뭘 하고 있을지 너무 걱정된다”면서 “집이 전남 해남인데 하필 서울에서 실종돼 너무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아내가 심장협심증이 있는데도 혹여나 아들이 잠수교 근처에 쭈그려 있을까 봐 며칠째 계속 찾아다니고 있다”며 “아들이 눈앞에 있다면 이것은 절대 옳은 방법이 아니라고, 빨리 돌아와서 아빠랑 가족들한테 도움받고 문제를 해결하자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현재 사건은 반포지구대에서 서울서초경찰서로 이관됐다.

서초경찰서 관계자도 “차에서 내린 이후 다리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인지 혹은 다른 곳으로 간 것인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며 “잠수부를 동원해 한강을 수색 중이고 한강순찰대도 계속 돌고 있다. 카드 결제나 통신 내역 등 생활반응 조사도 병행 중”이라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인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