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사회 내 아시아 혐오 행위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종주의적 트위터 발언들에서 비롯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구자는 트럼프의 ‘차이나 바이러스’ 발언이 “아시아 혐오자들을 정당화하는 기능을 했다”고 지적했다.
18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대학(UCSF) 연구팀은 “트위터 상의 #코로나19, #중국바이러스 해시태그가 아시아혐오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개인 트위터에 ‘코로나19’와 ‘중국’, ‘우한’ 키워드를 기록한 직후 미국인들이 남긴 127만여 개의 파생 트윗을 분석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한 해시태그의 20%는 #우한코로나 #중국코로나 등 중국을 연결짓고 있었다. ‘반중(反中)’ 정서를 담은 이 같은 해시태그는 아시아 혐오로 번졌다는 게 연구팀 분석이다.
대표 연구자인 유린 허스웬 감염내과 조교수는 “중국 바이러스라는 말에는 반아시아 정서가 스며있다. 이런 해시태그는 인종주의를 정당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미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 연구는 미국 공중보건저널에 공식 게재됐다.
연구진은 코로나19와 아시아인을 엮는 SNS 혐오의 시발점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차이나 바이러스’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2020년 3월 16일인데 그 다음 주부터 반아시아 게시글과 혐오범죄가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캘리포니아 주립대 ‘혐오 및 극단주의 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 16개 주요 대도시에서 아시아계 혐오범죄는 2019년보다 14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혐오범죄가 7%포인트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USCF연구 공동저자인 존 브라운스테인 박사는 “온라인상의 혐오 메시지는 인터넷 세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현실 세계에도 피해를 끼친다”고 꼬집었다.
혐오 메시지는 전파력도 강하다. SNS의 실시간 알고리즘을 타고 더 많은 사용자에게 번지며 혐오범죄에 동참을 유도한다. 뉴욕대 펙트체크 전문가인 대니얼 로저스 박사는 “플랫폼 알고리즘은 사람들에게 갈수록 극단적인 혐오 콘텐츠를 추천하고, 심지어 폭력 성향이 있는 사람들이 증오범죄를 저지르도록 몰아넣는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인종, 지역명을 담은 질병 호칭은 특정 집단에 대한 선입관을 형성하므로 그 어느 때보다도 정치인들이 중립적인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 바이든 행정부는 아시아 혐오범죄 예방 차원에서 ‘아시아 바이러스’ ‘중국바이러스’ 해시태그 사용에 제동을 걸고 있다. 젠 프사키 미 행정부 공보장관은 최근 언론 브리핑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언어 파괴 행위가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위협하는 불공정하고 부정확한 인식을 낳았다”고 전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시아계 혐오범죄가 벌어진 최근에도 “차이나 바이러스”를 언급해 비난을 받는다. 그는 지난 16일 애틀랜타의 한인 여성 총격 직후 폭스 뉴스에서 코로나19를 “차이나 바이러스”라고 불렀다. 현지 언론의 해명 요청에도 트럼프 측은 답하지 않았다.
한편 국제 방역 전문가들은 ‘우한 바이러스’, ‘아시아 바이러스’ 등을 사용하지 말 것을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강조했었다. 인종차별을 정당화하고 증오 범죄에 구실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2월경 “‘아시아 바이러스’ ‘우한 바이러스’ ‘중국 바이러스’ 등 지역, 민족명으로 부르지 말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발 코로나’로 부르자고 거듭 주장한 바 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