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공동체가 ‘천원 밥상’을 지키기 위한 온정을 이어가고 있다. 광주 대인시장 ‘해뜨는 식당’에 각계각층이 앞다퉈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대인시장 내 해뜨는 식당은 지난 2010년부터 찾아보기 드문 1000원짜리 한 끼 식사로 형편이 어려운 서민들을 보살펴왔다. 혼자 사는 노인과 일용직 노동자 등 소외이웃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식당을 개업한 김선자(1942년생)씨가 ‘누구나 부담 없이 당당하게 밥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금액이 1000원’이라고 여겼던 게 ‘천원 밥상’의 유래다.
고슬고슬한 쌀밥 한 그릇과 정성 들여 만든 3가지 반찬을 기본으로 따뜻한 된장국까지 곁들여진 천원 밥상은 이후 광주공동체의 상징 가운데 하나로 여겨졌다.
매달 적자운영에도 명맥을 이어가던 이 식당에 첫 고비가 찾아온 것은 지난 2015년.
어렵사리 식당을 운영하던 김선자(1942년생)씨가 그해 3월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이로 인해 한동안 문을 닫았던 식당은 김씨의 막내딸인 윤경(48)씨가 모친의 유언을 받들어 대를 잇게 되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하지만 해 뜨는 식당도 코로나19 여파를 비껴갈 수 없었다. 드문드문하던 기업 등의 후원이 적잖이 끊기면서 1000원짜리 한 장을 받고 서민들의 고달픈 삶을 어루만져 온 이 식당도 다시 위기에 처했다.
광주공동체가 남다른 공동체 정신을 다시 발휘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
1억 원 이상 기부자들의 모임인 광주 아너소사이어티 회원들은 17일 쌀 20kg 100포(600만 원 상당)를 이 식당에 전달했다.
용봉동 주민들과 채소 전문업체인 그린팜도 후원금을 보내왔고 전북 김제 출신으로 광주에서 식품업체 ㈜지산실업을 운영하는 김수철 대표 역시 상인회를 통해 100만 원의 후원금을 쾌척했다. 광주·전남에 기반을 둔 유통업체 Y-마트도 식자재 등을 후원하기로 했다.
동구청 6급 이상 여성 공무원 모임인 장미회도 200만 원을 맡긴 데 이어 전기·도시가스 요금을 할인받도록 주선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자원봉사자로서 식당 운영에 때때로 힘을 보태기로 했다.
대인시장 상인회는 50만 원 상당의 김치 20kg과 무 등 식재료를 지원하고 나섰다. 새마을금고 동구연합회는 적자운영을 할 수밖에 없는 해뜨는 식당에 매월 쌀 20kg들이 3~5포대씩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코로나 19의 높은 파고 속에서 이웃을 보살피는 평범한 시민들의 선한 영향력과 봉사 정신이 공동체 사회를 지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며 “개업 이후 10년 넘게 적자를 감당해온 천원 식당에 대한 지원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