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무대 갈수록 고립되는 北…잇단 대사추방에 단교까지

입력 2021-03-19 12:34
지난 2017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북한대사관의 인공기 너머로 먹구름이 끼어 있다. 뉴시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북미,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북한의 고립이 가속화되고 있다.

북한은 19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7일 말레이시아 당국은 무고한 우리 공민을 범죄자로 매도해 끝끝내 미국에 강압적으로 인도하는 용납 못할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며 단교를 선언했다.

이어 “문제의 우리 공민으로 말하면 다년간 싱가포르에서 합법적인 대외무역 활동에 종사해온 일꾼으로서 그 무슨 ‘불법자금세척’에 관여하였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날조이고 완전한 모략”이라며 “이번 사건은 우리 공화국을 고립 압살하려는 미국의 극악무도한 적대시 책동과 말레이시아 당국의 친미 굴욕이 빚어낸 반공화국 음모 결탁의 직접적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2019년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북한 사업가인 문철명씨가 대북 제재를 위반해 술과 시계 등 사치품을 북한에 보내고 돈세탁을 했다며 말레이시아에 신병 인도를 요청했다. 말레이시아 법원은 같은해 12월 문씨의 인도를 승인했고, 대법원 역시 이달 초 미국 인도를 거부해달라는 문씨의 상고를 기각해 이를 확정했다.

형식적으로는 북한이 먼저 단교를 선언한 상황이지만 실제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 말레이시아에 북한이 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말레이시아와는 2017년 2월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암살당한 사건으로 양국이 대사를 맞추방하는 등 외교 관계가 이미 나빠진 상황이기도 했다.

양국은 이후 관계 정상화를 논의하기도 했지만 지난해 말레이시아 총리가 바뀌고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면서 논의는 진척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의 강철 대사가 지난 2017년 3월 6일 출국하기 위해 세팡에 있는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도착해 걸어가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강철대사에서 6일 오후 6시(한국시간 오후 7시)까지 출국을 명령했다. AP뉴시스

그동안 북한은 대북제재 속에서도 비동맹운동 회원국과의 외교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정작 대표적인 비동맹운동 국가인 말레이시아와 척을 졌고, 2017년 6월 6차 핵실험을 기점으로 페루와 미얀마 등도 이미 등을 돌린 상황이다.

페루와 쿠웨이트 등은 자국 주재 북한 대사를 추방했으며 미얀마는 북한 외교관 일부를 내보냈다.

이뿐 아니라 멕시코도 2017년 9월 김형길 당시 북한 대사를 ‘외교상 기피 인물(Persona non Grata)’로 지정해 자국을 떠나도록 했고 쿠웨이트도 자국 주재 북한 대사를 추방했다.

유럽에서도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이에 동참했고 독일은 북한 외교관 일부를 내보낸 상황이다.

멕시코는 정권 교체 후 북한 대사를 받아들이면서 관계를 복원하긴 했지만 여전히 대부분 국가가 북한과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각국의 대사 추방 이후 조성길 전 이탈리아 대사대리나 류현우 전 쿠웨이트 대사대리의 탈북 등이 이어지고 코로나19로 남아있던 북한 주재 외교관들마저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북한의 외교는 상당히 어려워졌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출범한 후 미국과 중국이 무역과 홍콩 문제 등으로 대립이 심화하고 있다. 북한이 이를 이용해 미국과 대화에 나서기보다는 중국에 대한 외교·경제적 의존도를 더욱 높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북한은 올해 들어 노동당 국제부장에 ‘중국통’인 김성남을 임명한 데 이어 11년 만에 주중 대사를 정치국 후보위원 겸 대외경제 담당 부총리였던 ‘무역통’ 리룡남으로 교체해 양국 간 협력 강화 의지를 보였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