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를 돼지로”… 도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 사퇴

입력 2021-03-19 08:50
와타나베 소속사 캡처. AFP연합뉴스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이 여성 멸시 논란으로 물러난 지 한 달여 만에, 이번엔 대회 개폐회식 총괄책임자가 여성 배우의 외모를 비하한 사실이 알려져 결국 사임했다.

18일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에 따르면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폐회식 총괄책임자인 사사키 히로시(66)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여성 탤런트의 외모를 모욕했다.

사사키 디렉터는 패럴림픽을 담당하던 지난해 3월, 일본 인기 탤런트인 와타나베 나오미(33)의 외모를 돼지로 비하하는 내용의 개회식 연출안을 메신저를 통해 담당 팀원들과 공유했다.

158㎝의 키에 체중 107㎏인 와타나베의 신체 특징에 착안해 영어로 돼지를 의미하는 ‘피그(pig)’와 올림픽의 일본어 발음인 ‘핏구’를 연계해 그가 돼지로 분장해 우스꽝스럽게 연기하도록 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팀원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일자 연출안은 폐기됐다.

사사키 디렉터는 이번 보도로 자신을 비난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18일 새벽 “개회식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내 생각과 발언 내용에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 있었다”는 취지의 사죄문을 내고, 하시모토 세이코 조직위 회장에게 사의를 전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모리 전 회장이 여성 멸시 발언으로 사임한 상황에서 조직위는 올림픽 개막을 4개월여 앞두고 개·폐회식 총괄 책임자까지 교체하는 이례적인 사태를 맞게 됐다.

패럴림픽을 담당하던 사사키 디렉터는 코로나19 여파로 올림픽 개·폐회식 행사가 크게 축소되면서 작년 12월 기존 연출팀이 해산한 뒤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총괄 디렉터를 맡아 왔다.

앞서 모리 전 회장은 지난달 3일 열린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임시 평의원회에서 “여성이 많은 이사회는 (회의 진행에) 시간이 걸린다”라고 발언한 뒤 성평등을 지향하는 올림픽 이념을 훼손했다는 비판에 직면에 9일 만에 물러났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