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호소인’ 말했다가… 같은 날 사퇴한 세 의원

입력 2021-03-19 00:02
고민정 의원(왼쪽)과 진선미 의원. 뉴시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에 대한 ‘피해호소인’ 표현으로 비판을 샀던 더불어민주당 고민정·진선미·남인순 의원이 18일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차례로 물러났다. 피해자 A씨로부터 2차 가해자로 지목된 지 하루 만이다.

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저의 잘못된 생각으로 피해자에게 고통을 안겨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피해자의 일상이 회복될 수 있기를, 이 괴로운 날들 속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박영선 캠프 대변인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어떻게 해야 피해자의 아픔을 치유해 드릴 수 있을까 지난 몇 개월 동안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며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여성 정치인으로서, 엄마로서 함께 보듬어야 할 아픔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숱한 날들을 지내왔다”고 덧붙였다.

진 의원 역시 같은 날 페이스북에 짧은 글을 올려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한다. 온전히 일상이 회복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며 “선대위의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늘 부족한 사람이라서 의지하던 존재의 소멸 앞에 피해자의 고통을 포함해 그 모든 상황을 막아낼 순 없었을까 자책감으로, 무력감으로 통곡의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며 “겉으로는 아닌 듯 살아가고 있지만 진심을 표현하는 것조차 두려워 망설이기만 하고 있었다”고 썼다.

남인순 의원. 뉴시스

약 한 시간 뒤 남 의원도 선대본부장직을 내려놨다. 박영선 캠프는 보도자료를 통해 “남 의원이 18일 저녁 안규백 상임선대위원장에게 사퇴 의사를 전했다”고 알렸다. 남 의원은 “피해자에게 고통을 드린 데 대해 깊이 사과하고 피해자가 일상생활을 회복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는 입장을 캠프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들 세 의원은 A씨를 ‘피해호소인’으로 불러 2차 가해를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A씨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저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명명했던 그 의원들(남인순·진선미·고민정)에 대해 직접 저에게 사과하도록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따끔하게 혼내줬으면 좋겠다”며 “지금 선거캠프에는 저를 상처 줬던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 의원들에 대한 민주당 차원의 징계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그분(박 전 시장)의 위력은 여전히 강하게 존재한다.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저를 지속적으로 괴롭게 한다”며 “저의 피해 사실을 왜곡하고 오히려 저에게 상처 주었던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됐을 때 저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든다”고 호소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