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챔피언스리그(UCL) 무대 8강에 살아남은 여덟 개 팀이 정해졌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19일(현지시간) 이들의 8강전 대진을 정한다. 한국시간으로는 같은 날 오후 8시다. 유럽무대에 익숙한 강호들이 대부분 8강에 올라왔지만 이들을 향한 평가는 엇갈린다. 대진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마지막 결승무대까지 어떤 팀이 오를지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8강에 살아남은 팀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구단이 리버풀과 첼시, 맨체스터 시티 3팀으로 가장 많다. 이어 독일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까지 빅리그 팀들이 올라왔다. 프랑스 리그앙의 파리 생제르맹(PSG)과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의 포르투도 16강전에서 강한 전력을 보여줬기에 무시하기 어렵다. 대진 추첨에 앞서 이들 8개 팀의 전력을 분석했다.
파리 생제르맹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으로 사령탑을 갈아치운 PSG는 16강전에서 팀 최고의 스타 네이마르가 1·2차전을 모두 결장했다. 네이마르의 공백에도 불구, 프랑스 떠오르는 스타 킬리안 음바페가 그 공백을 충실하게 메우며 리오넬 메시가 버티는 바르셀로나를 원정 해트트릭으로 침몰시켰다. 박찬하 해설위원은 “수비라인을 내리지 않는 바르셀로나를 만난 덕에 상대적 약점인 풀백의 공격력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부임 뒤 토마스 투헬 감독 시절 자주 쓰던 스리백 시스템을 버리고 포백으로 전환했다. 선수들의 부상이 없다면 네이마르와 음바페, 앙헬 디마리아가 2선에서 위치를 바꿔가며 상대를 교란하고 최전방에 마우로 이카르디 혹은 임대생 모이스 킨이 나선다. 수비에는 지난 시즌까지 미드필더로 뛴 마르퀴뇨스가 버텼고, 마르코 베라티는 3선 중앙과 측면, 혹은 2선까지 오가며 패스를 공급한다.
PSG의 단점은 기복이다. 여태 어떤 스타일의 팀을 만나느냐에 따라 경기력이 크게 갈렸고, 부상자가 유독 많기도 했다. 네이마르가 곧 복귀를 앞뒀다는 점은 물론 전력 상승 요소다. 박 위원은 “8강에서 라인을 내리는 팀을 만나면 PSG가 경기 공을 더 많이 점유해야 하고 이 경우 필연적으로 측면 수비수들의 공격력이 중요해진다”면서 “해당 포지션이 약한 PSG로서는 오히려 라인을 내리지 않는 스타일의 팀을 만나야 단점이 덜 드러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리버풀
EPL에서 위기를 겪고 있는 리버풀은 상대적으로 유럽 무대에 전력을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EPL에서는 우승권에서 멀어져서다. 시즌 초 공격을 이끈 디오고 조타의 복귀가 가장 긍정적 요소고, 수비의 핵 버질 판다이크도 5월 돌아올 가능성이 있어 후반기 전력이 강화될 수 있다. 다만 단순히 한 두가지 문제만으로 부진의 원인을 짚을 수 없을만큼 팀 분위기 자체가 침체를 겪고 있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위르겐 클롭 감독은 기존의 주전 센터백 판다이크와 조 고메즈 조합의 공백을 미드필더인 조던 핸더슨과 파비뉴로 메워왔다. 그러나 최근 핸더슨이 무릎 부상으로 드러누우면서 이마저 불가능해졌다. RB 라이프치히와의 16강 2차전에서는 나다니엘 필립스와 임대생 오잔 카바크가 중앙수비수 조합으로 대신 나서 괜찮은 활약을 보였지만 더한 강팀과의 경기에서도 버틸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스포츠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은 파비뉴가 미드필드 공백을 메우려 올라선 현재 후방에서 패스를 뿌려줄 선수가 없다는 점은 리버풀 최고의 강점인 양 측면 풀백의 공격력을 극대화 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티아고 알칸타라의 경기력도 최고조가 아니고 공격진도 피로도가 높다. 박 위원은 “리버풀은 이번 시즌도 문제지만 다음 시즌에 팀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장담할 수 없는 상태”라면서 “클롭 감독이 만들어놓은 시스템에 어떻게 변화를 줄지도 문제고, 설사 클롭이 팀을 떠나더라도 눈높이가 높아져 있기에 변화에 부담이 따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포르투
포르투는 16강에서 이탈리아 세리에A 거인 유벤투스를 쓰러뜨렸다. 2002년 한일월드컵 경기로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세르지우 콘세이상 감독은 유벤투스의 측면 공격을 효과적으로 봉쇄하며 자신의 전술적 역량을 보여줬다. 조별리그에서도 맨시티에게 3대 1로 패한 걸 제외하면 나머지 5경기에서 무실점으로 승점 13점을 쓸어담았다.
멕시코 대표팀 측면 공격수 제수스 코로나가 오른쪽에서 위협적이고, 중원을 지휘하는 세르히우 올리베이라도 유벤투스와의 경기에서 절정의 기량을 뽐냈다. 수비에서는 한때 레알 마드리드와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뛴 만 38세 노장 페페가 버티고 있다. 나이에 비해 아직 활약은 준수하다는 평가다.
박 위원은 “포르투의 강점은 아무래도 잃을 게 없다는 점”이라고 평했다. 그는 “포르투는 어느 팀을 만나도 선수비 후역습 대형을 갖출 것이다. 전력은 열세지만 역습이 날카롭기 때문에 아마 상대하기 껄끄러운 팀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란 출신 공격수 메흐디 타레미가 경고누적으로 8강 1차전에 못 나오는 게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도르트문트는 공격력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유럽 최고의 유망 공격수 얼링 할란드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축구팬들의 공통된 관심사다. 그는 이미 6경기에서 10골을 넣으며 UCL 득점 선두를 질주 중이다. 2위권과는 무려 4골차다. 박 위원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눈여겨 볼 유망한 선수를 꼽는다면 할란드다. 일단 지켜보기에 눈이 즐거운 선수”라면서 “설사 8강전에서 제 활약을 못한다 해도 할란드의 주가가 떨어지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시즌이 끝나면 돈보따리를 싸들고 명문 팀들이 줄을 설 것”이라고 말했다.
도르트문트는 최근 마르코 로이스가 복귀하면서 전력이 올랐다. 제이든 산초, 지오바니 레이나 등 든든한 2선 자원들의 공격력이 그의 합류로 더 배가될 전망이다. 특히 산초는 부진하던 시즌 초에 비해 경기력이 상당히 올라온 상태다.
공격력이 좋은 팀답게 도르트문트는 ‘도깨비 팀’으로 분류된다. 할란드를 포함해 개인 역량이 뛰어난 선수가 많기에 해당 선수들의 그날 경기력에 따라 공격력이 크게 좌우될 수 있어서다. 박 위원은 “다만 도르트문트는 수비가 약할 때는 한없이 약하다”면서 “8강전은 난타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위스 출신 로만 부르키 골키퍼가 최근까지 유럽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첼시
투헬 감독 부임 뒤 2개월만에 첼시의 전력은 급격히 상승했다. 특히 수비력만큼은 8강에 올라온 팀 중에서도 수위로 평가받는다. 전술 변화가 많은 것으로 유명한 투헬 감독 치고는 이른바 ‘플랜A’를 고수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게 특징적이다. 박 위원은 “투헬은 시즌 도중 부임했기 때문에 다양한 전술보다는 하나의 완성된 전술을 빨리 갖추려고 하는 듯하다”면서 “수비 조직력 강화에 모든 걸 쏟아부었고 결과물도 굉장히 좋았다”고 말했다.
스리백을 뒤에 둔 첼시의 미드필드진은 조르지뉴와 마테오 코바치치가 패스 줄기를 맡고 있다. 다만 투헬 부임 뒤 기회가 적었던 은골로 캉테가 지난 16강 2차전에서 엄청난 활약을 했기에 라인업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다만 공격이 수비에 비해 답답하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하킴 지예흐와 크리스티안 퓰리시치, 카이 하베르츠와 티모 베르너, 칼럼 허드슨오도이까지 자원은 많지만 이중 최적의 조합이 무엇인지는 아직 의문이다.
박 위원은 “첼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사이 16강전은 사실 아틀레티코 입장에서 매우 불공정했다”면서 “1·2차전 모두 판정이 좋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판정과 별개로) 첼시의 수비력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다만 골 넣는 실력은 좀 떨어진다”면서 “누굴 만나더라도 자신들의 스타일대로 경기를 풀어갈 듯하다. 어느 팀이건 첼시와의 경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이에른 뮌헨
디펜딩챔피언 바이에른 뮌헨은 16강전 승리에도 불구하고 평가가 좋지만은 않다. 수비라인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리는 전술이 공격·미드필드진의 체력이 충분했던 지난 시즌에는 유효했지만 올 시즌에는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다. 박 위원은 “지난 시즌 바이에른 뮌헨은 코로나19로 리그 종료 뒤 휴식기가 길어지면서 체력을 비축할 시간이 충분했다”면서 “결승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보여준 엄청난 활동량이 가능했던 건 그래서”라고 말했다.
한지 플릭 감독은 지난 시즌과 비슷한 4-2-3-1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 리버풀로 떠난 티아고 알칸타라의 미드필드 공백은 조슈아 키미히가 메웠고 벵자멩 파바르가 대신 오른쪽 풀백에서 뛴다. 킹슬리 코망과 세르쥬 그나브리 조합이 측면을 위협하고 르로이 사네도 언제든 투입돼 측면을 교란한다. 토마스 뮬러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의 전방 조합은 여전히 위력적이다.
박 위원은 “바이에른 뮌헨은 노장이 많은 특성상 우승을 했던 지난 시즌보다 활동량이 떨어진 상태”라면서 “리그에서 최근 실점이 많아진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말했다. 여전히 자신들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지만 결승 무대까지 경쟁력이 유지될지는 미지수라는 이야기다.
레알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는 시즌 초에 비해 전력이 상당히 올라왔다. 조별리그에서 상대적 약체인 샤흐타르 도네츠크에 홈과 원정 2경기에서 5골이나 내주는 등 명성에 걸맞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최근엔 달라졌다. 전방에서 카림 벤제마가 득점력과 도움 모두 팀 내 최다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모습이다. 카세미루와 루카 모드리치, 토니 크루스로 이어지는 이른바 ‘크카모’ 조합이 건재하고, 수비의 핵심축 세르히오 라모스와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도 든든하다.
박 위원은 “벤제마부터 ‘크카모’, 바란·라모스로 이어지는 중앙 라인은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는다”면서 “벤제마와 라모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는 된다. 두 선수가 부상으로 빠지지 않고 끝까지 뛰면 상대하기 쉽지 않은 팀”이라고 평가했다. ‘라데시마’(레알 마드리드의 10번째 UCL 우승)를 이끌었던 지네딘 지단 감독의 경험 역시 무시 못할 경쟁력이다.
이들의 불안요소는 부상이다. 다니 카르바할과 알바로 오드리오솔라, 에데르 밀리탕을 비롯해 라모스와 루카스 바스케스, 크루스, 카세미루, 페데리코 발베르데, 에당 아자르와 호드리고에 이르기까지 부상자 명단을 들락거리는 인원이 너무나 많다. 토너먼트 과정에서 다수의 부상이 재발할 경우 예상외의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 박 위원은 “리그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좋지 않았던 기간은 벤제마와 라모스가 빠졌을 당시”라면서 이 둘의 출장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맨체스터 시티
맨시티는 올 시즌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리그에서 골득실 43골로 경악할만한 전력을 보여주고 있고, UCL 조별리그에서도 6경기 골득실이 12골에 이를 정도였다. 박 위원은 “개인적으로 맨시티를 UCL 우승후보 1순위로 꼽는다”면서 “공수 수준을 볼 때 평균치가 가장 높은 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맨시티의 수비는 아주 강하고 마무리가 비교적 문제지만 여러 선수들이 득점을 나눠서 해낸다”고 설명했다. 바르셀로나 시절을 제외하면 매번 유럽 무대에서 무너졌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번에야말로 오랜 숙제를 풀어낼 기회라는 설명이다.
박 위원은 “이번 시즌 과르디올라는 확실히 변했다”면서 “예전에는 공격을 위한 공격을 했다면 지금은 공격을 내려놓더라도 파괴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수비에도 숫자를 많이 두는 편”이라고 평했다. 중앙수비수 후뱅 디아즈의 합류와 존 스톤스의 부활은 물론 오른쪽 측면에서 공격가담과 플레이메이커 역할까지 소화하는 주앙 칸셀루의 대활약이 두드러진다.
비교적 불안요소가 있다면 최전방 공격수들이다. 세르히오 아게로, 가브리엘 제수스의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최근 풀럼과의 리그 경기에서 그나마 나은 모습을 보였지만 상대가 강등권 전력이라는 점은 그리 위안이 되지 못한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