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핑계 증세” “비만세는 대세”…與 설탕세에 찬반 화르륵

입력 2021-03-19 00:02
사진은 기사와 상관없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정치권에서 설탕(당)류가 첨가된 식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설탕세(sugar tax)’ 도입 법안이 발의됐다.

이미 40여 개국에서 각종 성인병과 비만을 줄이기 위해 시행 중인 설탕세는 주로 음료 제품에 부과돼 ‘청량음료세’ 또는 ‘설탕음료세’로도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도 당류가 들어있는 음료에 설탕세 도입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하자 설탕세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이뤄지고 있다.

설탕세 도입, 누가 왜 꺼내들었나
강병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9명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가당 음료를 제조·가공·수입·유통·판매하는 자에게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달 26일 발의했다.

이들은 “세계보건기구(WHO)는 설탕의 과다섭취가 비만·당뇨병·충치 등의 주요 원인이며, 건강한 식품 및 음료의 소비를 목표로 보조금 등의 재정정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 바 있다”면서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해) 국민의 식습관 개선을 유도하여 질병을 예방하고 국민 건강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함”이라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당 함량에 따라 부과되는 건강부담금 비교.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 캡쳐

발의된 법률안에 따르면 당류가 들어있는 음료에 100ℓ당 최소 1천 원에서 최대 2만8천 원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설탕 함량이 많을수록 더 많은 부담금을 물리는 방식이다.

해당 법률안은 지난 2일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돼 현재 심의 절차를 거치고 있다.

"저소득층 부담 커진다" " 건강한 제품 나올 수도" 들끓는 여론
설탕세 도입 논의가 시작됐다는 소식이 퍼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찬반이 달아올랐다.

국민일보DB

여론의 반응은 우호적이지 않은 편이다. 네티즌들은 “설탕도 세금 내고 먹어야 하나” “과일, 채소 가격도 비싼 상황에서 탄산음료 가격도 인상될까 봐 걱정이다” “저소득층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 설탕세 도입이 우회적인 증세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국민건강을 앞세우지만 코로나19로 부족해진 세원을 확보하겠다는 목적 아니냐”고 반문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국민 건강을 증진할 수 있어 좋다” “살 안 찌는 상품이 많이 나올 것 같다” “설탕세는 이미 세계적 추세다” 등 설탕세 도입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도 보였다.

설탕세, 꾸준한 논의 이뤄져야
사진은 기사와 상관없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설탕세(국민건강증진부담금)는 국민건강증진법에 의해 설치된 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만 사용된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관리하는 국민건강증진기금은 ‘국민건강증진법 25조’에 따라 건강생활 지원사업이나 국민영양관리사업, 공공보건의료 등 정해진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강부담금이 부과되면 당류 첨가 음료의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이는 당연히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중앙대 경제학부 김정인 교수는 “세금의 목적은 세수에 대한 부분도 있지만 설탕세는 세수보다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려고 도입하는 것”이라며 “이 경우에는 (설탕의) 대체재를 만들거나, 대체재를 사용하면 세금을 유보해 주는 등 보조금을 주는 방식이 더 좋은 방법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법률안 도입 이후 설탕세가 도입되지 않은 국가로 제조시설을 이전하는 등의 부작용 현상도 있는 만큼 지속적인 논의와 의견수렴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 ‘설탕세 과세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 따르면 2010년 이후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비만이나 당뇨병 등의 질병을 감소시키고 국민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탕세가 속속 도입됐다.

송민경 입법조사관은 “늘어나는 당류 섭취 추세 및 비만율 증가 추이를 감안할 때 국민의 식습관 개선을 위한 정책 대안으로 설탕세의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도 “설탕세는 찬반 의견 및 그 효과에 대한 논란이 첨예하게 대립하므로 설탕세 도입 목적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아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