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화정책 당국이 경제성장 눈높이를 대폭 올리면서도 “정책금리 인상은 없다”는 기존 약속을 강한 어조로 재확인하자 시장이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기금리 안정화 대책 같은 대응 수단을 새롭게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일관된 입장 고수로 기조 변화에 대한 불안을 불식시켰다는 평가다.
17일(현지시간) 미 연방공개시장조작위원회(FOMC)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2%에서 6.5%로 높이면서도 정책금리 목표범위를 만장일치로 현행 0.00~0.25% 수준에서 동결했다. 국채 등 자산 매입도 지금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며 완화적 정책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번 회의를 앞두고 시장은 인플레이션 우려와 함께 FOMC가 기조를 바꿔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나 정책금리 인상 뉘앙스를 풍기면 어쩌나 우려해왔다.
변화가 예상됐던 점도표에서는 금리 인상을 전망한 위원 수가 늘었지만 여전히 대다수가 지금과 같은 ‘제로금리’에 힘을 실었다. 2022년과 2023년 제로금리를 전망한 위원은 회의 참석자 18명 중 각각 14명, 11명이다. 17명이 참석한 지난해 12월 회의 때는 이 인원이 각각 16명, 13명이었다. 올해에 대해서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전원이 제로금리 유지 의견을 냈다.
2023년 정책금리 전망 중간값도 0.1%로 기존 수준을 유지했다. 예상되는 금리 인상 상단이 종전 1.00~1.25%에서 더 올라가지 않았다는 점도 눈에 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내부 견해 변화에 대해서도 “점도표상 위원들의 생각은 약속도, 정책에 관한 전망도 아니다”라며 확대해석 가능성을 일축했다.
통화정책 조정의 선행조건인 ‘완전고용과 물가안정 목표의 상당한 추가 진전’에 대해서는 “전망상의 진전이 아니라 실제 데이터상의 진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다고 해서 금리 인상 같은 행동 변화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그는 지금의 물가 상승을 ‘일시적 현상’으로 평가하며 기준금리 인상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날 장 초반 경계감 확대에 -1%대로 하락했던 나스닥은 FOMC 회의 결과 발표 후 반등하며 전일 대비 0.4% 상승으로 마감했다. S&P500도 하락으로 출발했다가 급반등해 0.3% 상승으로 마쳤다. 다우는 0.6% 오른 3만3015.4로 마감하며 사상 처음 3만3000을 돌파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회의 전 1.7%까지 근접했다가 하락 반전, 전일 대비 소폭 상승한 1.643%에 마감했다. 변동성 지표인 VIX지수는 2.8% 하락했고 달러 인덱스도 0.5% 하락하며 한숨 돌리는 기색을 내비쳤다.
나중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FOMC는 미 연준의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그 어느 때 보다 강하게 느껴지는 이벤트였다”며 “실제 경기 회복이 눈에 보이는 현 시점에서 미 연준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슈퍼 비둘기 스탠스를 유지한 궁극의 립서비스였다”고 평가했다.
18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8.51포인트(0.61%) 오른 3066.01로 마감했다. 장 시작과 동시에 1%대 상승을 보인 코스피는 오전 한때 3090까지 치고 올라갔다가 오후 들어 연기금의 매도세 강화로 기관 순매수가 줄며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 코스닥은 6.05포인트(0.64%) 오른 949.83으로 마쳤다.
사상 최대 청약 증거금을 끌어모은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장 첫날인 이날 가볍게 ‘따상(공모가의 2배로 출발해 상한가 기록)’에 성공했다. 시초가가 최상단이자 공모가(6만5000원)의 2배인 13만원에 형성됐고, 개장 직후 가격 제한폭(30%)인 16만9000원까지 치솟았다.
시가총액은 약 12조9285억원을 기록하며 단숨에 코스피 29위에 올랐다. 우선주를 제외한 기업 단위로는 28위다. SK바이오팜 같은 인기 상장주처럼 다음날도 상한가를 기록하면 시총은 17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내년 실적은 팬데믹 상황과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에 따라 큰 폭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업체로 기업가치에 프리미엄이 붙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확약 비율도 85.27%로 높은 편이다. 확약 기간은 6개월(31.28%)의 비중이 가장 크고, 3개월(26.39%), 1개월(24.71%), 15일(2.89%) 순이다. 의무보유확약이란 기관이 공모주를 많이 배정받는 조건으로 일정 기간 팔지 않겠다는 약정이다.
강창욱 조민아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