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화 협상이 18일 결렬된 이유는 결국 유·무선 전화조사 비율 문제 때문이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이날 경쟁력과 적합도 여론조사를 서로 다른 여론조사기관에서 실시해 합산하는 절충안을 내놨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협상 결렬 후 이 제안을 수용한다고 밝혔지만 결국 양측은 유·무선 비율을 놓고 또 다시 정면 충돌했다.
오세훈 후보 측은 협상 결렬 후 “무선전화조차 사용할 수 없는 취약계층 등 모든 서울 유권자의 의견을 빼놓지 않고 반영하기 위해서는 유선전화를 반영한 여론조사가 필수”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의 연구용역에 따르면 무선조사 100%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으로선 고령연층 응답률이 비교적 높은 유선전화 방식을 포기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반면 안철수 후보 측은 젊은 연령대에서 강세를 보이는 안 후보의 지지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오 후보의 제안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우리는 오 후보가 ‘무선조사 100%’를 전제로 말한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유선전화 조사를 포함하면 안 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선관위에서 제공받을 수 없는 유선전화 번호를 통한 조사는 신뢰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야권에서는 협상이 지연될수록 양측 갈등의 골만 깊어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안 후보를 향해 “그 사람은 정신이 이상한 사람 같다”고 맹비난했다. 안 후보가 자신의 부인을 ‘여자 상황제’에 빗댄 오 후보 캠프 관계자의 공격에 “김 위원장 부인과 착각한 것 아니냐”고 했던 발언을 두고 한 말이었다. 김 위원장은 또 “최대한 원칙적으로 협상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김 위원장이 의도적으로 단일화를 방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안 후보는 “협상장에 들어가 보면 오 후보의 입장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협상 권한을 후보에게 부여하고 더 이상 관여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은희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을 소규모 정당이라고 칭했던 김 위원장을 거론하면서 “이 발언에 넘쳐나는 갑질 의식이 협상의 난관”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내부적으로 단일화 지연에 따른 유불리 계산에 분주하다. 양당의 이런 벼랑 끝 대치의 배경에는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에 여론이 들끓으면서 야당의 보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 탓도 있다.
하지만 결국 양쪽 모두에 마이너스 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날 협상 결렬로 인해 오 후보와 안 후보는 각각 기호 2번, 기호 4번으로 후보 등록을 하게 됐다. 양측이 향후 협상 마지막 시한으로 보고 있는 오는 29일 이전까지 단일화를 완료하지 못할 경우 투표용지엔 사퇴 여부를 표시를 할 수 없게 된다. 사전투표일인 4월 2~3일 이전에 단일화가 성사되면 사전투표 용지에만 사퇴 표시를 할 수 있다.
그 이후로 협상이 미뤄지면 단일화 성사 여부와 상관 없이 두 후보는 그대로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다만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4·7 재보선 선거일 직전에 후보가 사퇴할 경우 투표소에는 이를 알리는 안내문이 불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경택 이상헌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