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변이 백신 효과 줄어드는데…변이 백신 확보전쟁 2라운드 대비해야

입력 2021-03-18 17:19
지난 11일 오후 서울 동작구보건소에 보관된 아스트라제네카사의 코로나19 백신병. 전문가들은 변이 바이러스의 유행에 대비해 정부가 차세대 백신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기존 코로나19 백신의 효과가 특정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크게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전 세계적인 ‘백신 확보전 2라운드’에 대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제약사와 협상해야 한다는 당부가 나온다.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는 현존하는 코로나19 백신의 가장 큰 난적으로 꼽힌다. 이미 임상시험에서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 백신의 예방효과를 크게 낮추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예방효과는 기존 바이러스에 대해 62~70% 수준이나 남아공 변이에 대해선 10.4%까지 떨어졌다. 노바백스 백신은 기존 바이러스에 96.4%, 남아공 변이에 55.4%의 예방효과를 보였다.

백신을 접종해 생기는 중화항체가 남아공 변이에 잘 대처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알레한드로 발라스 하버드의대 교수팀의 논문에 따르면 남아공 변이는 화이자·모더나 백신으로 형성된 중화항체에 기존 바이러스보다 20~40배 강하게 저항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약사들은 이미 변이 바이러스에 적합한 ‘차세대 백신’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1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백신 플랫폼은 그대로 두고 염기서열만 바꿔 테스트하면 되는 것”이라며 “미국·유럽 등지의 규제당국 승인도 (기존 백신을 개발할 때보다) 조금 더 빨리 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차세대 백신을 둘러싸고 국가 간의 확보전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개별 제약사와 체결한 구매계약은 기존 백신에 국한됐기 때문이다.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에 참여해 받기로 한 1000만명분 중 언제 어떤 제품을 받을지 정해진 물량을 뺀 나머지를 차세대 백신으로 선택할 순 있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코백스 물량의 공급은 세계백신면역연합(GAVI)과 각 제약사의 계약에 의존하는 만큼 시기 등이 불투명하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관계자는 “아직 (차세대 백신) 연구 초기라 제약사들로부터 진행 상황을 공유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남아공 변이가 우점종으로 떠오를 가능성에 대비해 차세대 백신을 적극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들은 다만 지금 있는 백신의 접종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기존 바이러스를 통제하지 못한 상태에서 변이까지 겹칠 수도 있다”며 “당장의 접종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