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압색에 “익명성 보장돼야” vs “수사 당연”

입력 2021-03-18 16:40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익명 게시물 수사를 위해 경찰이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자 이를 바라보는 직장인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공기업인 LH 직원이 국민을 조롱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버젓이 올린 것은 불쾌하지만 익명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반면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조선업에 종사하는 직장인 홍모(36)씨는 1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압수수색은 과했다”면서 “오히려 경찰에 ‘꼬우면 블라인드로 이직하든가’라고 말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LH 직원의 부족한 윤리의식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익명 게시물 작성자를 찾기 위해 압수수색까지 한다는 것은 공권력 남용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홈쇼핑 회사에 다니는 서모(33)씨는 애플리케이션(앱) 이름이 블라인드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블라인드는 직장인들이 취업과 대학원 진학, 자격증 취득, 유학 등 다양한 정보를 적극 공유하는 장소였다”면서 “이번 압수수색으로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어 “LH 사태는 개인의 일탈보다는 조직적 기강 해이에서 비롯된 것인데 특정 개인에 대한 ‘낙인 찍기’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반면 익명성에 기반을 둔 글이라도 위법성이 있다면 수사에 착수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반론도 있다.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아무리 익명 게시글이라 해도 공무원에 준하는 신분으로 국민의 명예를 훼손했을 뿐 아니라 아예 대놓고 조롱하는 글을 올린 것은 당연히 수사대상이 돼야 한다”며 “상당수 국민에게 박탈감을 가져다준 사건인 만큼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강도 높은 수사를 통해 공직 사회에 경각심을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경찰은 전날 블라인드 운영사인 ‘팀블라인드’ 사무실 압수수색에 실패한 것과 관련해 “약간의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최승렬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 특별수사단장은 이날 경찰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영장은 장소가 잘못됐으면 언제든지 다시 발부 받을 수 있다”며 “수사는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지웅 이한결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