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광주에서 재판 받아야…법원 관할이전 기각

입력 2021-03-18 16:33

고 조비오 신부를 회고록에서 비방했다가 5·18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전두환 전 대통령(90)이 항소심을 앞두고 관할 이전 신청을 했으나 기각됐다.

광주고법 형사1부(이승철·신용호·김진환 고법 판사)는 지난 16일 신청인 전씨와 대리인 정주교 변호사의 관할 이전 신청을 기각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고 조 신부뿐 아니라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한 증인 대다수가 광주나 인근에 거주해 실체적 진실 발견과 효율적인 재판 진행을 위해 광주지법에서 재판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신청인 주장처럼 호남 일부 정치인, 시민단체 등의 반발과 부정적인 지역 정서가 존재한다고 해서 재판부가 공정한 재판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재판의 진행과 결론에 영향을 미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전씨 측은 지난 1월 사자명예훼손 항소심 재판을 서울에서 받게 해달라며 관할 이전 신청서를 접수했다.

전씨 측은 광주시장이 1심 선고를 앞두고 ‘역사의 죄인 전○○ 심판에 대하여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는 성명을 내고 호남 정치인, 시민단체도 유죄를 단정하고 엄벌 촉구 성명을 낸 점 등을 들어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 제15조 제2호에 규정된 범죄의 성질, 지방의 민심, 소송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광주에서 재판의 공평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앞서 전씨는 1심 때도 고령으로 광주까지 갈 수 없다며 재판부 이송 신청을 냈다가 기각됐고 이후 서울로 관할 이전을 다시 신청했지만 역시 기각됐다.

전씨는 2017년 펴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 당시 군의 헬기 사격한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법정 출석을 둘러싼 논란을 빚다가 지난해 11월 광주지법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선고받고 항소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