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미국에서 벌어진 인종적 증오범죄 피해자 가운데 한국계가 아시아계 중에서 중국계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아시아계 이민자를 위한 이익단체인 ‘AAPI(아시아·태평양계) 증오를 멈추라’가 최근 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9일부터 올해 2월 28일까지 이 단체에 보고된 증오범죄는 3795건이었다.
피해자들은 출신 국가별로 분류하면 중국계 비율이 42.2%로 가장 높았고, 한국계가 14.8%, 베트남과 필리핀계가 각각 8.5%, 7.9%, 일본계가 6.9%로 집계됐다.
2019년 미국 인구조사국의 통계를 보면 미국 내 아시아계 인구 가운데 중국계는 22.6%, 한국계는 7.8%였다. 전체 아시아계 인구 중 한국계의 비율을 고려하면 인종적 증오범죄의 피해를 상대적으로 많이 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체 아시아계 중 인구 비율이 더 높은 필리핀, 베트남계 보다도 더 자주 증오범죄의 표적에 노출된 셈이다.
증오범죄의 유형을 보면 폭언(68.1%), 따돌림·기피(20.5%)가 많았고 수위가 가장 높은 육체적 폭력(11.1%)이 세번째였다. 피해자의 성별은 여성(68%)이 남성(29%)보다 2.3배나 많았다. 이들 범죄가 벌어지는 장소는 직장이 35.4%로 가장 많았지만 길거리나 공공장소도 25.3%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계가 많이 사는 캘리포니아주(44.6%)와 뉴욕주(13.6%)에서 빈번했다.
보고서에는 실제 피해 사례도 담겼다. 캘리포니아주 밀피타스의 한 쇼핑몰에서 한 남성이 아시아계 주민에게 다가와 얼굴을 찌푸린 채 다짜고짜 “네가 밖으로 나와 쇼핑하고 있는 게 잘못됐다”라며 “너희들의 회사를 없애고 유학생을 돌려보내겠다. 시민권을 빼앗아 버리겠다”라고 위협했다.
한 아시아계 여성은 워싱턴DC의 지하철역에서 한 남성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등을 맞았다. 이 남성은 여러 번 “중국X”이라고 소리치더니 가짜로 기침을 해댔다고 한다.
이 보고서에선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아시아계를 향해 기침하고 침을 뱉는 증오범죄가 새 유형으로 등장했다는 점도 소개됐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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