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기후변화 대응을 국가의 과제로 명시하는 조항을 삽입하기 위한 헌법 개정 절차에 착수했다.
17일(현지시간) AFP통신과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프랑스 하원은 전날 헌법 1조에 “국가는 생물 다양성과 환경 보존을 보장하고 기후변화와 싸운다”는 조항을 추가하는 안건을 찬성 391표 대 반대 47표로 가결했다.
이같은 헌법 개정안은 150명의 시민으로 구성된 기후자문단 ‘시민기후협의회(CCC)’의 제안에 따른 것이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CCC의 제안을 일부 수용해 법령에 반영할 것을 약속했다.
당시 CCC는 기업의 이익배당금 중 4%를 환경세로 부과한다거나 헌법 서문을 새로 작성해 기후변화 대응을 주요 목표로 삼는다는 내용을 넣을 것도 요구했지만 이같은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상원 표결 이후 국민투표를 실시해 헌법 1조에 기후변화 대응 조항을 완전히 삽입한다는 계획이다. 공화국 건립 원칙을 담은 헌법의 첫 조항에 기후위기에 내용이 들어가는 만큼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만약 개정안이 상원까지 통과할 경우 프랑스는 2005년 이후 16년 만에 첫 국민투표를 치르게 된다. 2005년 당시 프랑스 의회는 유럽연합(EU) 헌법 비준안을 통과시키고 국민투표에 부쳤지만 최종 부결됐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한 중도 성향의 ‘앙마르슈(LREM)’가 주도하는 하원과 달리 상원은 우파 성향인 공화당의 영향력이 큰 만큼 개정안이 최종 통과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폴리티코는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되기 위해서는 기존 개정안에서 제시한 문장에서 단 한 글자도 달라져서는 안 된다”면서 “상원이 기존과 다른 워딩의 필요성을 제안한다면 개정안 표결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는 이번 법안을 두고 “정치적 가식”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다른 우파 정치인들도 이 조항이 프랑스의 민간 영역을 위협할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표한 상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