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은 ‘경고’ 음주운전은 ‘감봉’ … 검찰 자체징계 ‘느슨’

입력 2021-03-18 15:57 수정 2021-03-18 15:58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출입구. 최현규 기자

검찰이 일반 공무원보다 느슨한 자체 기준을 적용해 폭행이나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된 내부 직원들을 가볍게 처벌해 온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18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검찰 사무 부분과 관련해선 법무부도 일부 감사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 결과 검찰은 폭행 혐의로 입건된 수사관 4명에 대해 징계하지 않고, 평소 행실과 공적 등을 고려해 자체 주의·경고로만 끝냈다.

검찰은 2016년 택시를 가로챘다는 이유로 상대방의 멱살을 잡고 폭행해 입건된 소속 수사관 A씨에 대해 검찰총장 표창을 받은 이력 등을 들어 징계하지 않았다.

A씨는 입건 후 피해자와 합의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는데, 대검의 비위처리 지침에 따르면 이런 경우에도 범죄 혐의가 인정되면 반드시 견책 또는 감봉으로 징계해야 한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연합뉴스

일반 공무원에 적용되는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보다 가벼운 수위의 자체 비위 징계기준을 운영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감경하기도 했다.

검찰은 2018년 6월 60만원 상당의 골프 접대를 받았다 적발된 서울 중앙지검과 남부지검 소속 수사관 2명을 ‘견책’ 처분했다.

징계령 시행규칙에 따르면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100만원 이하의 금품·향응을 제공받으면 감봉이나 해임 처분을 받는다. 하지만 검찰 자체 기준은 이보다 가벼운 견책이나 정직 처분이다.

이는 2015년 강화된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을 검찰이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감사원은 “일반 공무원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도록 개정하라” 고 통보했다.

또 검찰은 면허 취소 수준의 음주운전을 한 대구지검 포항지청 소속 직원을 정직이나 강등했어야 했는데도 본인과 가족의 투병 사실 등을 고려해 ‘감봉 2개월’ 처분을 하는 데 그쳤다.

감사원은 검찰총장과 검사장에 대한 월별 직책수행 경비가 장·차관급으로 규정보다 많게 편성된 점도 지적됐다. 검찰총장은 153만원, 검사장은 112만원까지 지급이 가능하지만, 각각 법무부 장관과 차관에 준하는 245만원, 135만원을 편성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