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전국 투기의혹, 특검 사안으로 적합한가”

입력 2021-03-18 15:46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9일 오전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있는 경남 진주시 소재 LH 본사. 뉴시스

법조계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등의 투기 의혹이 과연 특별검사의 수사 사안으로서 적절한 것이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사안이 이미 전국적 비리로 확대돼 있으며, 수사 인력과 기간이 제한되는 특검이 맡기에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18일 특별수사 경험이 있는 법조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신도시 투기 의혹은 그간 특검이 다뤄온 수사 사안들과는 성격이 다르다. 한 현직 검사는 “그간 특검은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특정 사안을 수사하기 위해 출범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검사는 “그간의 특검들은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 ‘드루킹 특검’ ‘내곡동 특검’ 등 ‘이름’이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LH 사태는 의혹의 정점이 지목돼 있지 않고, 수사 범위도 특정 지역이 아니라 전국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법조계는 최장 90일 수사할 수 있는 특검으로 이번 의혹을 발본색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그보다는 국세청과 감사원을 동반한 검·경의 합동수사, 기한을 두지 않은 상시 단속 체제가 적합하다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전국 청에 맡겨서 특성에 맞게 수사하는 것이 옳다”는 지적이 예전부터 나왔다. 한 검사는 “현재 거론되는 광명 시흥 등 경기도 지역 이외에 다른 곳에는 문제가 없겠느냐”고 말했다.

수사제도 설계 과정에서 간과했던 맹점들이 이번에 드러났다는 시각도 나온다. 검사가 수사하지 못하는 것을 특검에 맡긴다는 논의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정부와 여당은 LH 관련 의혹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어 왔다.

특검이 출범하면 수사는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될 전망이다. 국가수사본부의 수사 자료를 넘겨받아 기존 의혹을 확인하는 한편, 자체적 정보로 고위 공직자 등에 대한 ‘타겟형’ 수사를 병행할 것이라는 얘기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한 법조인은 “고위 공직자가 재산을 공개하고 있지만 만일 차명이 동원됐다면 결코 만만한 수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경원 허경구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