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나무 싹둑’ 옛충남도청 리모델링, 충남도 승인 없었다

입력 2021-03-18 14:53 수정 2021-03-18 15:00
서철모 대전시 행정부시장이 18일 대전시청에서 옛충남도청사 리모델링 공사 관련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대전시 제공

대전시가 옛 충남도청사에서 진행한 리모델링 공사가 도청 소유자인 충남도 등 관계기관의 승인 없이 추진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철모 대전시 행정부시장은 18일 시청에서 해당 공사 관련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시민들께 큰 실망과 우려를 끼쳐드려 매우 송구하다”고 말했다.

앞서 대전시는 옛 충남도청의 의회동과 부속건물을 증·개축해 회의 및 전시 공간을 만드는 ‘소통협력공간 조성사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청사 울타리에 있던 수령 70~80년의 향나무를 100그루 이상 잘라내거나 다른 양묘장으로 옮겨 심어 논란이 불거졌다.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감사반을 꾸린 시는 시설물 사용에 대한 소유자 협의(승인)여부, 부속건물 리모델링공사 건축협의 대상 여부, 담장 철거 및 수목 이식·폐기 추진 경위, 사업추진 시 법령 위반 여부 등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그 결과 수목제거 및 담장철거, 부속건물(무기고·선관위·우체국) 리모델링 공사는 사업부서에서 문체부를 4차례 방문해 협의했지만, 도청 소유자인 충남도나 문체부의 공식적인 승인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속건물의 대수선·증축과 관련해서는 중구청과 건축협의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내진성능 평가용역에서 ‘내진보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음에도, 보강 없이 건물 내부만 구조보강하도록 설계했다고 시는 설명했다.

소통협력공간 입주가 검토됐던 사회적자본지원센터도 마치 입주가 확정된 것처럼 설계에 반영된 것으로 조사됐다. 소통협력공간 입주는 운영협의회 심의를 거쳐 시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시는 다만 당시 사업을 추진했던 담당 과장이 자신이 몸담았던 기관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사회적자본지원센터 출신인 해당 과장은 개방형 직위를 통해 임용된 인물이다.

향나무 등 도청에 있었던 나무는 1218그루 중 481그루가 제거되고 737그루가 남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담장 경계수목 향나무의 경우 173그루 가운데 100그루는 폐기되고 73그루는 금고동 양묘장으로 이식됐다. 잘려진 향나무의 수령은 폐기돼 현재 확인할 수 없으며, 이식된 향나무의 수령은 40~43년으로 확인됐다.

서 부시장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관련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