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사태에 관망들어선 집값…광명·시흥은 ‘고공행진’

입력 2021-03-18 14:23
공동주택이 밀집해 있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사태로 2·4 공급대책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에 부동산 시장이 ‘관망세’에 접어들었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인 소폭 줄면서 향후 시장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LH 직원들의 사전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경기도 광명·시흥 지역은 여전히 아파트값 상승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은 18일 3월 셋째 주(지난 15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발표했다.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0.23% 올라 지난주(0.24%)보다 오름폭이 소폭 줄었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지난주 0.28%에서 이번 주 0.27%로 상승 폭이 줄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0.06% 오르며 전주(0.07%)보다 상승 폭이 소폭 줄었다. 서울은 2·4 대책 발표 직전인 2월 첫째 주 0.10% 올라 올해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뒤 6주 연속(0.09%→0.08%→0.08%→0.07%→0.07%→0.06%) 상승 폭이 지속해서 둔화하는 모습이다.

수도권 전체로 봐도 1월 4주∼2월 2주 0.33%로 올해 최고 상승률을 이어간 뒤 5주 동안(0.30%→0.31%→0.29%→0.28%→0.27%) 상승 폭을 줄이고 있다. 이달 초 불거진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사전 땅 투기 의혹 사태가 확산하면서 2·4 공급대책이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터라 시장이 향후 상황을 지켜보는 ‘관망세’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5일 정부가 발표한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전국 평균 20% 가깝게 급등하자 매수 심리가 일부 꺾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국토교통부와 부동산원은 공급확대 기대감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원은 “2·4 대책으로 인한 물량 확대 기대감과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거래량이 감소하고 가격 상승 폭이 지속해서 축소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도 전날 배포한 자료에서 “2·4 대책 발표 이후 주택시장은 점차 안정세로 전환돼 가고 있다. 그동안 집값 급등으로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어 지속적인 상승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우리 주택시장은 다수 전문가가 전망하는 바와 같이 중요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서울의 ‘호재’ 지역에서는 여전히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서울 자치구 별로 살펴보면 한강 이남에서는 양천구(0.11%)가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목동 아파트 위주로 많이 올라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또 서초구(0.09%)는 서초·방배동 구축 아파트 단지 위주로 상승세가 이어졌고, 강남구(0.08%)도 압구정·개포동 주요 재건축 단지 위주로 상승하며 서울 평균 상승률을 웃돌았다.

한강 이북에서는 노원구(0.10%) 상승률이 높았다. 노원구는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월계동 구축 아파트 위주로 상승 폭이 확대됐고, 도봉구(0.07%), 마포구(0.7%) 등도 서울 평균 상승률을 웃돌았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의 집값 상승률도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경기도 아파트값 상승률도 지난주 0.38%에서 이번 주 0.37%로 소폭 축소되는 데 그쳤다. 의왕시(0.90%)는 정비사업 영향이 있는 오전·고천동 위주로 상승세가 이어졌고, 안산시(0.85%)도 상록구와 단원구 아파트 단지 위주로 많이 올랐다.
경기 광명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광명시흥사업본부 모습. 연합뉴스

LH 투기 의혹의 중심지의 집값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시흥시(0.81%)는 지난주(0.82%)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이번 주에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왕동 신축 대단지 위주로 매수세가 몰렸다. 광명시(0.43%)도 평균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셋값도 상승세가 소폭 둔화하는 모습이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15% 오르며 전주 0.16%에 비해 소폭 줄어들었다. 수도권은 0.15%에서 0.14%로 상승 폭이 줄어들었고, 서울도 0.06%에서 0.05%로 상승 폭이 줄었다.

서울의 경우 강동구(0.01%), 강남구(0.01%), 마포구(0.01%)가 가장 낮은 상승률을 나타냈고, 성북구(0.09%), 노원구(0.09%)가 가장 높았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상대적 가격대 낮은 강북권 일부 지역과 구축 위주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고가단지 위주로 매물 증가세 보이며 지난주 대비 상승 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