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가 연서면 스마트 산업단지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조사를 마쳤지만, 자진신고자를 제외한 별도의 사례를 발견하지 못하며 어설픈 ‘셀프조사’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세종 전역에서 투기를 비롯해 토지 지분쪼개기 등의 사례가 속속 확인되고 있음에도 시가 조사 범위 확대에 소극적인 모습이어서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세종시는 18일 브리핑을 갖고 부동산투기특별조사단의 스마트국가산단 투기 의혹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조단은 지난 11일부터 시 소속 공무원 2601명, 산단 업무 관계자의 직계존비속 102명 등 2703명으로부터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서를 받고 투기 여부를 조사했다.
조사 대상 기간은 스마트국가산단 지정 검토 착수일인 2017년 6월 29일부터 후보지 확정일인 2018년 8월 31일까지다.
특조단은 이 기간 토지·건물 등 75건(84필지)을 매입한 122명 중 동일인을 제외한 85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자진신고 1건을 제외하면 해당 기간의 거래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진신고 1건은 세종시 소속 공무직 공무원 A씨가 연서면 와촌리 산단 예정지의 토지를 거래했다며 지난 13일 신고한 사례다.
시는 A씨와 그의 배우자인 시 소속 공무원 B씨를 업무에서 배제했다. 또 혐의에 연루된 B씨의 동생인 서기관급 공무원 C씨 등 3명에 대한 수사를 세종경찰청에 의뢰했다.
이들 3명은 스마트 국가산단 업무 추진 부서에 소속된 이력이 없고 관련 업무를 수행한 경력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조단장인 류임철 세종시 행정부시장은 “이들이 내부 정보를 활용해 해당 토지를 매입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며 “향후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투기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투기 관련 시민제보는 전날까지 총 9건이 접수됐다. 이중 1건은 부동리 산단 부지 내 차명거래에 대한 제보였지만, 확인 결과 해당 토지는 거래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8건은 산단이 아닌 지역의 제보로 필지를 특정할 수 없거나 세종시 공무원 관련 사례가 아니라고 시는 설명했다.
류 부시장은 “공익신고센터를 통해 시민제보를 지속적으로 받겠다”며 “농지법 위반여부도 전수조사를 실시, 불법전용이 발견될 때 원상회복을 요구하고 불응 시 고발할 것”이라고 했다.
시는 그러나 조사 범위 및 조사 대상자 확대에 대해서는 별도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업무 담당자가 아닐 경우 산단 예정지를 알기 어렵고, 산단 인근지역의 토지 매수역시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또 시 차원에서 특정 토지의 투기성 여부도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사실상 제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류 부시장은 “시가 토지 소유 여부는 조사할 수 있지만 투기 여부는 판단할 수 없다”며 “시 전역에서 들어오는 제보가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했다.
퇴직 공무원이나 산하기관 고위직에 대한 조사 역시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직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시에서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시는 이들에 대한 조사도 마찬가지로 제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시인했다.
류 부시장은 “퇴직공무원은 시에서 조사할 권한이 없다.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데 그것도 어렵고, 공무원 아닐 경우 뭔가가 규명돼도 조치를 취할 수가 없어서 바로 경찰 조사로 가야한다”며 “산하기관장 역시 공무원이 아니기에 그 부분도 제보가 들어오면 조치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맹탕 조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세종시당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예상한 대로였다. 자진신고 말고는 조사로 밝힌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며 “산단 내 부동산투기로 제한해서는 안됐다. 산단 내 토지는 소위 투기초짜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투기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산단 주위 토지를 투기 대상으로 삼는다”며 “공무원 몇 명을 희생양으로 ‘소나기를 피해가자’는 식의 셀프 면죄부 조사였음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세종=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