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날개 받친 바람” 전신마비 아들 밀고 달린 마라토너

입력 2021-03-18 11:47 수정 2021-03-18 11:59
아버지 딕 호잇과 아들 릭. 팀 호잇 홈페이지

전신마비 아들을 태운 휠체어를 밀고 달리며 전 세계 수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 딕 호잇이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호잇은 17일 오전(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홀랜드 자택에서 잠을 자던 중 숨을 거뒀다. 가족들은 그가 심장질환을 앓았다고 전했다.

아버지 딕 호잇과 아들 릭. 팀 호잇 홈페이지 캡쳐

호잇은 뇌성마비와 경련성 전신마비를 가진 아들 릭(59)과 함께 40년간 마라톤에 참가했다.

이들 부자는 1977년부터 2016년까지 40년간 마라톤 72차례, 트라이애슬론 257차례(철인코스 6회), 듀애슬론 22차례 등 총 1130개 대회를 완주했다. 또 45일에 걸쳐 미국 대륙을 횡단하기도 했다.

아버지 딕 호잇과 아들 릭. 팀 호잇 홈페이지

릭은 15살 때 아버지에게 “장애가 있는 라크로스(라켓을 사용하는 하키와 비슷한 구기) 선수를 위한 자선 달리기 대회에 참가하고 싶다”고 전했다.

중증장애가 있는 릭은 혼자서 몸을 움직일 수 없고 컴퓨터 장치 없이는 의사 표현을 할 수도 없었다. 이에 아버지 호잇은 아들의 꿈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달리기 시작했다.

아버지와 함께 대회에 출전해 완주 테이프를 끊은 릭은 아버지에게 “달리고 있을 땐 아무 장애가 없는 것처럼 느껴져요”라고 말했다.

이후 호잇은 아들을 위해 수영 연습과 자전거 훈련을 하며 철인 3종 경기까지 도전했다.

철인 3종 경기에서 아들 릭을 고무배에 태운 채 수영하는 아버지 딕. 팀 호잇 홈페이지

특수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아버지 딕 호잇과 아들 릭. 팀 호잇 홈페이지

철인들 틈에서 아버지는 아들을 실은 고무배를 허리에 묶은 채 바다 수영을 했고, 아들이 앉은 특수의자를 장착한 자전거를 탔다.

아들 없이 출전한다면 놀라운 기록이 나올 거라는 주위 사람들 반응에 아버지는 “릭이 아니라면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마라톤 완주를 위해 달리는 아버지 딕 호잇과 아들 릭. 팀 호잇 홈페이지

호잇은 70세가 넘은 나이까지 릭과 함께 대회에 출전해 완주했다. 릭은 컴퓨터를 이용해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내 날개 아래를 받쳐주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준 호잇의 사망 소식에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보스턴체육협회(BAA) 측은 “그의 결단력과 열정, 그리고 헌신적인 사랑은 보스턴 마라톤의 아이콘이자 전설이 됐다”면서 애도했다.

네티즌들도 SNS에 “직접 만나본 적이 없지만 그는 나에게 큰 영감을 줬다” “당신은 훌륭하고 자상한 아버지였다” 등의 글을 남겼다.

김아현 인턴기자